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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조각이다.
장인이 오랜 시간 어루만지고 정성스럽게 다듬은 조각 같은 외모. 앞머리로 살짝 감춘 눈을 인터뷰 중 문득 마주칠 때마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아직까진 대중 분들이 절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은데, 평소 성격은 그렇지 않거든요. 좀 더 남자다워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답변도 잘 다듬은듯 빈틈 없다. 대형 기획사 소속 연기자답게 여러 명의 기자 앞에서도 긴장한 기색은 없고, 어떤 질문을 던져도 준비한듯 명료하고 매끄럽게 대답해 나간다.
"여자친구는 없습니다. 이상형은 복주(배우 이성경이 연기한 MBC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 여주인공) 같이 제 일에 힘이 되어주고, 옆에서 의지할 수 있고, 조언도 해주는 친구가 좋아요. 외적인 이상형은 딱히 생각해 둔 적 없는 것 같습니다."
딱 한 순간. 남주혁의 눈빛이 소년처럼 천진하게 반짝였다. "그럼, 여자친구가 빨리 생겨서 힘이 되어줘야 할 텐데요"란 말을 던졌을 때다.
"지금은 엄마가 굉장한 힘이 되어주세요. 촬영하는 동안 엄마가 밥도 매일 아침에 해주시고 좋아요. 아침에 잠도 깨워주시고,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엄마"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딱 '역도요정 김복주' 속 정준형 그대로다.
극 중 준형은 친모(윤유선)에게 버림 받고, 큰어머니(이정은)를 "엄마"라 부르며 상처를 숨긴 채 청춘까지 버텨왔다.
친모가 뒤늦게 나타났을 때, 준형의 얼굴이 순식간에 눈물 범벅이 되던 게 기억난다. 남자답고 싶다지만, 여전히 소년이다.
"친엄마를 만나던 장면은 리허설인데도 눈물이 났어요. (윤유선)선배님 눈을 쳐다보는 순간 눈물이 나서 정말 친엄마가 돌아온 느낌이었어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더라고요.
친엄마랑 큰엄마랑 함께 식사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제가 '엄마, 물 좀 줘' 하니까 두 분이 같이 일어서는 장면이었거든요.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감정들인데도 불구하고 손발이 떨릴 정도였어요. 방송엔 편집됐지만 밥을 먹으면서 계속 울었어요."
이후 준형은 친모가 한국에 돌아온 게 자신이 아니라 돈 때문이었단 사실을 알아채 오열했고, 자신을 키워준 큰어머니에게까지 모진 말을 쏟아내고 가출했다.
'역도요정 김복주'는 그렇게 냉혹한 현실에 아파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였다. 비록 전개가 반드럽게 다듬어진 작품은 아니었다. 그러나 비현실적이라도 현실의 청춘들을 위로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가출했던 준형이 뒤늦게 큰어머니에게 돌아왔을 때 손에 들려 있던 검은 봉지. 군밤이었다.
"요 앞에 팔길래. 엄마 이거 좋아하잖아." 준형은 큰어머니이자 엄마를 뒤에서 꼭 껴안으며 말했다. "엄마 내가 진짜 미안해요."
어느새 엄마보다 훌쩍 키가 자라 제법 사내인 척, 어른스러운 척하지만, 그래도 영원한 아들내미. 준형이 주혁이다.
"실제로는 어떤 아들이에요?"
"제가 부산 남자라서 그렇게는 못하고 있어요. 엄마 원하는 건 다 해드리려고 하는데, 포옹해드리고 그러진 못해요."
조각처럼 생겨 소년처럼 웃는다. 엄마가 아들 나오는 '역도요정 김복주'를 보고 질투 좀 하셨을 것 같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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