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강심장이 됐지."
두산 4번타자 김재환의 최근 퍼포먼스는 엄청나다. 5~6일 잠실 LG전, 8일 잠실 한화전서 잇따라 홈런으로 결승타를 만들어냈다. 6일 경기서는 두 타석 연속 고의사구로 출루했다. 8일 경기서는 KBO 최다 연속경기타점(12경기), 한 시즌 잠실 국내타자 최다홈런(18개) 신기록을 세웠다.
김재환은 2008년 입단 이후 2015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타자였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김재환의 재능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김 감독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공을 때리는 게 고교 수준이 아니었다. 김재환이나 국해성은 그때부터 파워 하나는 최고였다"라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2015년 부임한 뒤 시범경기는 물론, 정규시즌 초반까지 김재환을 6~7번 타순에 주전 1루수로 꾸준히 기용했다. 그러나 김재환은 자리잡지 못하고 경쟁서 밀려났다. 김 감독은 "재환이가 부담을 극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김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6년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서 김재환에게 좌익수 훈련을 지시했다. 포수, 1루수만 소화했던 김재환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포지션 전향의 의미보다는 어떻게든 김재환의 타격 잠재력을 팀 전력에 투영시키고 싶었다.
김재환은 2016년 타율 0.325 37홈런 124타점 107득점으로 두산 국내 좌타자 최초 3-30-100-100에 성공했다. 좌익수 수비가 약간 불안했다. 김 감독의 마음도 졸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기다려주니 극복해내더라. 수비에서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김 감독은 "수비코치들이 수비훈련도 많이 시켰다. 생각보다 공을 따라가는 걸 잘 하더라. 하지만, 수비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2년만에 강심장이 됐다"라고 했다.
김 감독이 말한 '강심장이 됐다'는 결정적인 승부처서 한 방으로 경기 흐름을 돌려놓거나 쐐기를 박는 역할, 즉 김재환이 올 시즌 4번타자의 롤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맨 위에 열거한 기록들이 말해준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359 29홈런 85타점 80득점.
김 감독은 시즌 초반 걱정도 했다. 그는 "작년에 잘하면서 올해도 작년만큼 잘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당연히 했다. 다만, 본인이 작년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까봐 걱정했다"라고 털어놨다.
흔히 주축타자, 투수들의 애버리지가 한 단계 상승했는지 여부를 3년 활약으로 판단한다. 3년 연속 꾸준히 경기에 많이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찍으면 그 선수의 애버리지가 올라갔다는 평가를 한다. 김재환이 작년에 정말 잘 했지만, 올 시즌에는 한층 높아진 투수들의 견제를 극복해야 하는 명확한 과제가 있었다.
김재환은 올 시즌 김 감독의 걱정을 깔끔하게 날렸다. 시즌 초반 동료들이 극도의 타격 슬럼프에 시달릴 때 사실상 홀로 두산 타선을 이끌었다. 올 시즌 KBO리그 정상급 성적을 찍는 타자들 중에서도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친다. 올 시즌 이렇다 할 긴 슬럼프가 없었다. 김재환의 최근 각종 신기록들은 그의 애버리지가 한 단계 올라가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강심장' 김재환의 실체다.
[김태형 감독과 김재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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