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LG 타선이 기사회생했다. 좀처럼 터지지 않던 방망이가 오랜만에 시원한 빅 이닝을 연출했다.
빅 이닝의 주인공은 이천웅이었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SK의 경기. 7회말 2-2로 맞선 만루 기회에서 이천웅이 우측 외야로 타구를 날렸다. 잘 맞은 타구는 맞는 순간 적시타를 예감케했다. 주자 2명이 득점하는 적시 2루타였다. 여기에 양석환의 2타점 좌전 적시타까지 터졌고 LG는 7회에 적립한 5득점을 앞세워 6-2로 승리했다.
이천웅은 만루 찬스에서 자신이 바뀔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다. SK는 마침 왼손투수 김대유를 마운드에 올린 상태였다. "상대는 왼손투수였고 찬스라 바뀔 줄 알았다"는 게 이천웅의 말.
그런데 그때 양상문 감독이 이천웅을 불렀다. 타석에 들어가기 전, 이천웅에게 한 말은 "요즘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간결하게 쳐라"는 것이었다. 이천웅은 양 감독의 말에 집중했고 결승타라는 값진 결과를 만들었다. 이천웅은 "감독님의 말씀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천웅은 올해 끝내기 안타를 비롯해 찬스에서 좋은 결과를 여러 차례 만들고 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한다"는 그는 "사실 찬스가 걸리면 항상 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올해는 병살타도 많이 나와서 주눅들기도 했지만 삼진을 당하는 것보다 타구를 맞춰서 어떤 결과라도 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팬들은 이천웅이 결정적인 활약을 할 때마다 그의 이름에서 착안해 '하늘에서 내려온 영웅'이라는 표현을 한다. 다소 웅장함까지 느껴지는 표현이다. 이천웅은 "하늘에서 내려온 영웅이란 별명은 아직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사실상 풀타임 2년차를 맞이한 그는 "작년엔 멋모르고 덤볐다면 올해는 대기타석에 들어가기도 전에 앞 타자가 무엇을 치고 투수가 무엇을 던지는지 보면서 계산을 많이 한다"면서 "서용빈 코치님이 '그런 생각도 할줄 아냐'며 웃으시더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천웅은 남은 시즌 각오에 대한 물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목표다"라고 운을 뗀 뒤 박용택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천웅은 "박용택 선배님이 아픈데도 참고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선배님이 '힘들면 야구 그만 둬야 한다'는 말씀하신 것을 봤다. 그 말씀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에 이천웅의 각오가 담겨있다.
결승타를 친 당시에는 양 감독의 조언을 새겨 들은 것이 효과를 봤다면 무더운 여름 속에서도 남은 시즌 최선의 결과를 향하고 있는 현 시점에는 박용택의 한마디가 이천웅을 지탱하고 있다.
[이천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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