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년 정도 걸렸다."
두산 장원준은 "장꾸준이라는 별명이 마음에 든다"라고 했다. 한용덕 수석코치도 "별명 있잖아요"라고 정리했다. 17일 잠실 KIA전서 별명의 이유를 증명했다. 2008년~2011년, 2014년~2017년까지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
역대 좌완 최초이자 이강철 두산 2군 감독(10년),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8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기록. 내년에도 10승을 달성하면 정 위원을 넘어 이 부문 단독 2위가 된다. "정말 엄청난 기록"이라는 한 수석코치의 말은 과찬이 아니다.
장원준은 기록이 말하듯 그동안 딱히 아픈 곳도, 슬럼프도 없었다. 그렇다고 장원준의 야구인생에 탄탄대로만 있었을까. 아니다. 대기록 속에는 남모를 위기가 있었다. 17일 대기록 달성 직후 두 가지 위기를 털어놨다.
하나는 2012년~2013년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한 뒤 2014년 롯데에 복귀할 때였다. 장원준은 "다시 예전처럼 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이런 고민은 군 복무를 마치고 소속팀으로 돌아간 대부분 선수가 할 수 있다.
또 다른 고민이 더욱 놀라웠다. 장원준은 "2~3km를 회복하는데 약 2년 정도 걸렸다"라고 했다. 무슨 의미일까. 간단히 말하면 떨어진 패스트볼 구속을 회복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컨트롤, 타이밍 빼앗기가 주특기지만, 그래도 투수에게 기본적인 패스트볼 스피드는 매우 중요하다. 장원준은 140km대 중반을 꾸준히 찍는다.
왜 패스트볼 구속이 잠시 떨어졌을까. 장원준은 "데뷔 이후에는 직구, 슬라이더만 주로 던졌다. 2008년부터 체인지업을 연습했고,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현재 장원준의 패스트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맨드는 완벽하다. 포수 양의지의 볼배합, 장원준의 경험이 곁들여졌다. 장꾸준으로 거듭난 원동력은 체인지업의 정상화다.
슬라이더 투수가 반대 궤적인 체인지업을 완벽히 익히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체인지업을 장착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있었다. 장원준은 "체인지업을 던지는 연습을 하다 보니 패스트볼 구속이 2~3km 정도 떨어졌다. 슬라이더도 그랬다"라고 털어놨다. 위기의 실체.
대부분 투수가 특정 구종을 곧바로 익히는 건 아니다. 물론 어떤 투수는 선배나 투수코치가 가르쳐 준 그립을 곧바로 익혀 실전서 활용한다. 그러나 대부분 투수는 그립에 적응하고 실전서 부작용을 극복하는데 일정 시간이 반드시 걸린다. 투수는 매일 공을 던지지만, 손의 크기, 감각에 따라 잘 익힐 수 있는 구종이 있고, 아닌 구종이 있다.
장원준이 체인지업을 장착하는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은 게 중요하다. 그는 "적응이 되니 패스트볼 구속이 다시 회복됐다. 2년 정도 걸렸다"라고 했다. 만약 2년간 포기하거나 부상을 당했다면, 지금의 장꾸준이란 별명은 없다. 그때 부작용을 극복하면서 꾸준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타자들의 타격기술이 점점 발전한다. 엄청난 패스트볼 구위를 지니지 않았다면, 투 피치 선발투수가 점점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다. 장원준의 체인지업 장착은 두산과의 FA 대박계약, 8년 연속 10승, 장꾸준이라는 별명 등을 안긴 터닝포인트였다.
타 구단 한 관계자는 "지금 장원준의 슬라이더, 체인지업은 거의 릴리스포인트에 차이가 없다. 그래서 타자들이 치기 쉽지 않다"라고 했다. 장원준 역시 "릴리스포인트를 똑같이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투구폼이 부드럽다는 말을 듣는데 연관이 있다"라고 말했다. 의식적으로 다이나믹한 폼을 채택했다면, 패스트볼과 변화구 릴리스포인트는 큰 차이가 생겼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다이내믹한 폼이 맞지 않는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17일 KIA타자들에게 유도한 3개의 병살타 역시 구종은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였다. KIA 타자들도 장원준의 강점에 당한 셈이다. 장원준의 저력이다.
[장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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