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살기법' 원신연 감독 "설경구, 속임수없는 감정마술사"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살인자의 기억법' 김병수는 무조건 배우 설경구가 해야했어요."

원신연 감독은 31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배급 쇼박스) 관련 인터뷰에서 설경구에 대한 100% 신뢰와 만족감을 드러냈다.

"원작 책을 읽었을때 배우 설경구가 무조건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기댈 수 있을 만한 편한 구성이 있긴 하죠. 실화 바탕이나 멀티 캐스팅, 역사적 사실, 시대물, 사회적 이슈 반영 등 이런 영화들이 또 하나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배우가 기댈 곳이 있잖아요. 그런데 병수는 기댈 곳이 전혀 없는 캐릭터예요. 그런 캐릭터를 맡을 수 있는 배우가 단 한 사람, 설경구였어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원작으로 한 터라, 이미 소설의 팬들이 각자의 열린 해석을 두고 있었다. 특히, 중심 캐릭터 김병수에 대해서 100명이라면 100명의 해석이 있는 상황.

"촬영장에서 설경구와 충돌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서로가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감독이 생각하는 병수는 어떤 캐릭터야?'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해요. 만나서 한 두 마디 하다보면 머릿 속에 있는 많은 것들이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기보다는 이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이 방향이 같구나, 싶었어요. 설경구 씨가 문득 자기가 본능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김병수가 철저하고 있는 감독의 생각과 일치하는지를 가끔 확인하는 작업만 있었어요."

'김병수'라는 캐릭터를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원신연 감독은 쉽지 않았다. 해석이 짧은 문장으로 정리하기에 쉽지 않은 캐릭터일 뿐더러, 소설에서는 굉장히 철학적으로 나타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었다.

"캐릭터가 영화에서는 그림자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 그림자가 생기잖아요. 그 빛을 은희(김설현)로 본 거였어요.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빛이 있어야 그림자가 있어야 하고, 은희가 없으면 본인이 사라지기 때문에 굉장히 집착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로 그렸어요."

원신연 감독은 설경구에 대해 "그동안 영화 속에서 만났던 인생의 얼굴이 설경구였다"라고 말했다.

"'박하사탕'도 정말 좋은 작품익, '오아시스'에서 나무에 올라서 그림자를 없애기 위해 썰어주는 모습에서 눈물이 났어요. 그런 신뢰들이 최근의 우려들을 씻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설경구 씨는 감정 마술사 같아요. 그런데 속임수가 없는 감정 마술사예요. '컷'하는 것을 잊어버릴 때가 많았어요. 영화를 찍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설경구 씨가 변화에 대한 갈증을 많이 보여줬고, 함께 변화해보자고 생각하면서 만들어갔어요."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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