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과감하다. 그리고 효과적이다.
두산은 이번 스토브리그서 대규모 새판짜기를 진행하고 있다. 본래 11~12월은 선수단 정비의 시기다. 그렇다고 해도 두산의 최근 행보는 손시헌, 이종욱, 최준석 등과 결별했던 2013시즌 직후에 버금간다.
4년 전에도, 이번에도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 걸음 모자랐다.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일단 한용덕 감독이 한화로 떠나면서 강인권, 전형도 코치를 데려갔다. 두산은 이 자리를 메우기 위해 조인성, 조성환, 정재훈 등 신인 코치들을 중용했다. 모두 김태형 감독과 인연이 깊다.
무려 11명을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했다. 12명을 내보낸 넥센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11명의 면면은 놀랍다. 아주 빼어난 건 아니어도 괜찮은 활약을 펼친 외국인선수 3인방을 포함했다. 그리고 기량이 미흡하다고 판단한 선수의 경우 저연차, 베테랑, 이름값을 가리지 않고 내보냈다.
니퍼트나 에반스 같은 선수들은 다른 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확률이 제로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두산은 나름의 확실한 기준 속에서 선수단을 꾸려나가기로 했다. 니퍼트에겐 올 시즌 연봉의 70% 이상 챙겨줄 수 없다는 태도를 확실하게 취했다.
과감한 선택이다. 한편으로 효과적이다. 구단들은 주축 외인들이나 젊은 선수들의 경우 임팩트가 2% 정도 모자라도 안고 가는 경우가 있다. 대체자에 대한 각종 리스크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산은 변화를 택했다. 전통적으로 프런트 주요 보직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즐비하다.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시도하기 어려운 행보다.
기존 선수들, 코치들에게도 건전한 자극이 될 수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도태될 수 있는 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알렸다. 대신 경쟁력을 보여준 인물에겐 확실하게 믿음을 주는 게 두산 프런트와 김태형 감독 스타일이다.
변화는 끝나지 않았다. 두산은 FA 민병헌을 붙잡지 않았다. 민병헌이 롯데와 계약하면서 롯데로부터 보호선수 25인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 1명을 영입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두산은 보상선수 지명으로 재미를 봤다. 부족한 포지션을 메우기보다 상대 구단의 허를 찌르는 선택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이원석의 보상선수로 포수 이흥련을 선택한 게 대표적이다. 자연스럽게 포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외국인타자도 스위치히터이자 1루, 3루, 외야 수비에 두루 능한 지미 파레디스를 영입했다. 지난 2년간 뛰었던 닉 에반스에 비해 활용도가 높다. 자연스럽게 내, 외야수들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두산이 노리는 또 다른 효과다.
올 겨울 두산의 새판짜기는 빠르면 2018시즌 성적으로, 장기적으로는 2~3년 뒤에 평가 받는다. 4년 전 대규모 선수단 정비는 2~3년 뒤 2015~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결실을 맺었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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