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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조그마한 팁을 알려주고 싶다."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허재호의 2019 FIBA 중국남자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A조 뉴질랜드전, 중국전을 모두 지켜봤다. 그는 "내 역할에 대해 생각해봤다. 모비스 시절, 현재 삼성에서처럼 하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허재호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하게 짚었다. 라틀리프는 "나보다 큰 선수를 수비해야 한다. 좀 더 강하게 막아야 한다. 리바운드도 최대한 많이 잡는 게 중요하다. 작은 선수가 큰 선수들 사이에서 리바운드를 잡는 조그마한 팁을 알려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허재호 간판빅맨은 오세근이다. 힘과 포스트업, 2대2 기술을 겸비한 한국 최고의 빅맨. 하지만, 신장이 2m로 작다. 197cm의 이승현은 말할 것도 없다. 207cm의 김종규, 203cm의 이종현은 높이에선 그럭저럭 대응 가능하다. 하지만, 힘과 기술에서 상대를 완벽히 압도할 수준은 아니다.
때문에 중국전 후반전에 일방적으로 무너졌다. 2m대 4~5번이 즐비한 중국에 제공권서 압도적으로 밀렸다. 골밑 수비가 무너지면서 외곽 공격까지 제어하지 못했다. 허재호 빅맨들의 종합적인 경쟁력이 아시아에서도 톱클래스라고 볼 수 없는, 뼈 아픈 현실을 확인한 2연전이었다.
그래서 라틀리프의 특별귀화가 절실하다. 그 역시 신장은 199cm로 작다. 하지만, 110kg에 달하는 무게가 기존 허재호 빅맨들과 다르다.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골밑에서 자리를 잡고 많은 리바운드를 따내는 확실한 요령이 있다. 53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아무나 하는 건 아니다. 빠른 공수전환이라는 무기도 있다. 2대2 움직임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포스트업과 중거리슛 능력도 있다.
한마디로 허재호의 아킬레스건을 상당 부분 해소시켜줄 적임자다. 적어도 아시아 레벨에선 신장의 약점을 힘과 기술로 커버, 오세근의 부담을 크게 덜어낼 수 있다. 허재호로선 확실한 옵션을 하나 더 장착하는 셈이다.
허재 감독도 중국전 직후 "라틀리프가 와도 기존의 큰 틀에선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라틀리프는 한국에서 국내선수들과 오랫동안 경기를 했던 선수"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라틀리프가 한국농구를 충분히 경험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대표팀 컨셉에 금방 적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숨어있다.
허재호는 라틀리프의 특별귀화를 조용히 기다린다. 더구나 라틀리프가 실제로 대표팀 다른 선수들에게 리바운드를 잡는 자신만의 요령을 공유한다면 허재호의 실질적 전력 향상은 물론, 팀 케미스트리도 좋아질 수 있다. 선수들의 유대감 강화는 보이지 않는 전력 상승효과를 낳는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 통과가 9월 15일이었다.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특별귀화가 확정된다. 물론 이후 실제로 귀화시험도 봐야 하고, 주민등록증과 여권을 받는 절차들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부분들은 큰 문제가 없다.
법무부는 신중한 태도다. 최근 국적심의위원회 일정이 한 차례 연기됐다. 배임죄 의혹을 제기한 탄원서가 접수됐기 때문. 특별귀화 자격과 조건 중 하나가 단정한 품행이다. 만약 검찰이 수사를 해서 문제가 생기면 특별귀화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상황을 숨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미 자신들의 손을 떠난 문제다. 라틀리프가 허재호에 리바운드 팁을 전수하고 싶다는 말까지 꺼냈지만, 드러내놓고 좋아할 상황이 아니다.
라틀리프는 3일 DB전 직후 배임죄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특별귀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부분은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라틀리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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