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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노력파라고요? 스스로 자격지심이 있어요. 전공자가 아니니까, 전혀 다른 분야에서 왔으니까…."
이제는 배우 윤현민을 보며 한화이글스와 두산베어스의 외야수 윤현민을 떠올리는 이는 많지 않다. 올 한 해 OCN 드라마 '터널'과 KBS 2TV 드라마 '마녀의 법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윤현민은 배우로 또 한 걸음 성장했다.
'마녀의 법정'에서 따뜻한 검사 여진욱 역을 맡아 배우 정려원과 함께 극을 이끈 윤현민은 종영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성공하지 못한' 야구선수가 '인정 받는' 배우가 되기 위해 거쳐 온 시간들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당연히 예전엔 성공한 야구선수가 꿈이었어요. 프로야구 선수가 꿈이었기에, 노력을 했고, 많이 맞기도 했죠. 늘 삭발을 하고 훈련을 하다보니 6년을 버텼고, 프로의 무대에 섰어요. 그런데 막상 프로가 되니 제가 한없이 작아지더라고요.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경쟁을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부상도 많았고요."
윤현민은 '돋보이는'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방황하던 20대 초반의 윤현민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은 한 편의 뮤지컬이었다.
"스트레스를 받던 어느 날, 뮤지컬을 봤어요. '김종욱 찾기'였죠. 그 전에는 연기에 감흥이 없었는데, 그 때는 엄기준 배우가 펼치는 공연의 잔상이 오래 남더라고요. 이후 6개월 정도 선수 생활을 더 하다가 야구를 그만뒀어요. 그리고 그 공연이 떠올랐죠. 집에서는 당연히 말렸지만요. 연기학원을 끊었는데, 연봉이 사라지니 집에서 용돈을 받기도 민망하더라고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기 수업을 받았어요. 그리고 결국 '김종욱 찾기'에 캐스팅이 됐죠."
'김종욱 찾기'로 새로운 길을 찾고, '김종욱 찾기'로 배우의 길에 입문한 윤현민. 그의 이야기는 드라마와 같았다. 하지만 드라마의 장르가 '신데렐라 스토리'는 아니었다. 윤현민이 배우로 자리를 잡기까지 바탕에는 숨은 노력이 존재했다.
"노력파라고요? 제 스스로는 자격지심이 있어요. 제가 전공자는 아니니까, 전혀 다른 분야인 운동을 하다 넘어온 것이니까, 욕을 먹지 않아야 하니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좋은 야구선수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선배에게 잘 배워야한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작품을 할 때마다 선배님들의 연기를 유심히 보고 따라하려고 하죠. 이번 작품에서도 정려원, 전광렬, 김여진 선배님의 연기를 많이 따라하려고 했어요. 다음 작품에서도 그럴 거고요. 제가 지금까지 연기를 함께 하며 한 대를 제대로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던 게 (김)주혁 형, (정)경호 형, (김)소연 누나, 정유미 누나, 려원 누나였어요. 그런 선배님들이 제겐 스승이에요."
최고에 도전하기 위해 묵묵히 훈련했던 선수 시절처럼 윤현민은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인터뷰 말미, 윤현민에게 배우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물었다.
"최근 2, 3년은 제가 차근차근 잘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솔직하게 말하면 제 목표치보다도 지금 더 빠르게 가고 있어요.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의 목표는 톱스타도 아니었고, 인기 있는 연예인도 아니었어요. 그저 40세 정도 되었을 때 간간히 방송에 나오는 배우가 되길 바랐죠. 야구처럼 10년은 꾸준히 해야 세상에 알려질 것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음…. 연기만큼은 야구처럼 실패하지 않고 평생 직장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더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윤현민. 사진 = JS픽쳐스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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