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방송인, 박경림이다. 마성의 입담으로 스크린 속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들마저 무장해제 시킨다. 배우 김윤석, 조진웅, 유아인부터 故 김주혁까지 팬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은 말한다. "평소 무대공포증이 있어 행사 전에 청심환을 먹는다. 그러나 박경심 씨가 진행을 맡을 땐 유일하게 먹지 않는다. 나의 불안감을 잠재워주는 존재다"(유아인), "영화를 찍는 것보다 홍보하는 게 힘들다. 어색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박경림과 함께하면 즐겁고 기대가 된다"(故 김주혁)
벌써 9년째 영화판 행사를 꽉 잡고 있는 박경림. 그는 무대, 온라인 방송을 넘어 브라운관까지 MC 자리를 섭렵하며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등극했다. 또 다시 전성기를 맞은 박경림을 만나 직접 그 비결을 알아봤다.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 창간 13주년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행사 하나가 단순히 돈 받고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군가는 10년을 준비한, 기다린 자리란 말이죠. 가장 중요한 일을 처음으로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는 자리이기에 혹여 제가 누가 되지 않도록 준비를 많이 해요. 감독님과 출연 배우들의 전작을 다시 살펴보거나 사전 인터뷰를 읽고 관련 보도자료를 꼭 찾아봐요."
이뿐만 아니라 의상까지 신경 쓰는 세심함을 보였다. 박경림은 "티는 안 나겠지만 옷도 작품에 맞춰서 입고 간다. 장르에 따라서 코믹이면 발랄하게, 스릴러물이면 톤 다운된 컬러의 의상을 입는 등 행사마다 나름 고심해서 의상을 고른다. 물론, 티는 잘 안 난다"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특히 그가 빛을 발하는 대목은 인터뷰이에 대한 깊은 배려심이다. 돌직구로 날카롭게 접근하기보다는 편안하게 다가서며 인터뷰이의 긴장감을 풀어준다. 그 어떤 돌발상황도 유연하게 대처, 진솔한 대답을 이끌어낸다.
"그 자리에 앉으면 아무리 연습을 했더라도 누구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저 역시도 아직도 떨려요. 떨지 않고 말하기란 쉽지 않아요. 긴장도 되고 앞에서 카메라 플래시는 터지고 하면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전달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저도 같이 고민하는 거예요. 각자의 위치라는 게 있잖아요. 배우분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잘 전달되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죠. '내가 저분이라면 어떨까?' 이거 딱 하나에요. '과연 이분이 어떤 마음일까?' 들여다보려 해요. 이걸 MC가 모른다면 진행을 할 수가 없어요."
박경림은 "이 세상에 대답하기 힘든 질문은 있지만 솔직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힘들다, 좋다 솔직히 답하면 그에 대해 더는 물을 수 없다. 나를 포함 누구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감정에 솔직하면 기자님들도 충분히 공감하신다"라고 솔직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취재진을 생각하는 마음도 남달랐다. 여느 행사와 달리 다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열리는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 등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행사의 MC를 맡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적응하기 어렵진 않았냐"는 질문에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하하. 절대 어떤 호응을 바랐던 적은 없어요. 각자의 역할이라는 게 있으니까. 더군다나 저는 기자님들이 항상 저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느껴요. 카메라 플래시로, 노트북 자판으로요. 객석에 앉아 일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많은 것을 드려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게 돼요. 우리는 같은 장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요. 이 모습이 때로는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무척 감사해요."
이렇게 자신만의 확고한 진행 철학과 뛰어난 능력으로 9년여 동안 진득하게 충무로를 걸어온 그는 얼마 전 영화 전문 프로의 MC로 발탁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TV조선 '무비&컬처 박경림의 레드카펫'에서 MC로 활약 중이다.
"영화 쪽 진행을 한 지 시간이 좀 흘렀는데 이렇게 프로그램까지 맡게 돼서 굉장히 영광스러워요. 영화에 대해 더 많이 접할 수도 있게 돼 기쁘고요. 제가 하는 역할이 인터뷰어잖아요. 인터뷰는 영화를 떠나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라서 좋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분야이고 흥미롭고 재밌어요. '박경림의 레드카펫'에선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배우분들을 만나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오케스트라 연주회의 지휘자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피아노가, 어떨 땐 플롯이 돋보이도록 해야 하죠. 제가 돋보이려 하는 순간, 그 연주는 망하는 거예요. 이처럼 감독님과 배우들, 한 작품의 주인공이 더욱 주인공답게 빛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요.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스포일러를 잠재우기도, 흥분하면 가라앉히기도 하고요(웃음). 아름다운 연주가 나올 수 있도록요. 혹자는 제가 한 발 뒤로 밀려났다고 말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어요. 정말 운 좋게 너무 많은 걸 누렸고 큰 도움으로 그 자리에까지 갈 수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 욕심낼 이유가 뭐가 있나 싶어요. 어린 나이에 전성기를 찍었다는 경험이 감사하지만, 또 갈 수 있다면 행복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괜찮아요. 무언가에 연연하면서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저 지금에 충실하면서 인간 박경림으로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요."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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