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농구는 길을 잃었다.
KBL, WKBL 심판들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다. 농구는 쉴 새 없이 장면이 바뀐다. 심판들이 40분 내내 칼 같이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 국제대회서 휘슬을 부는 FIBA 심판들이 KBL, WKBL 심판들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심판들이 좋은 판정을 내리고도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KBL, WKBL 모두 시즌 중반에 들어서면서 심판들의 판정 품질이 점점 떨어진다. 심판들의 오심이 경기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심판들의 불명확한 판정 기준이 선수들의 성장, 한국농구의 발전을 저해하는 느낌까지 든다.
대부분 KBL과 WKBL 심판이 실린더 원칙에 입각한 콜을 망각 혹은 외면한지 오래다. 심지어 한 경기 내에서도 판정의 일관성이 흔들린다. 심판들이 선수, 감독과 경기도중 판정 이유와 기준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선수, 감독이 이해하는 케이스도 많다. 그러나 감독과 선수가 애매한 판정에 설명을 요구하면 심판들은 무대응 혹은 테크니컬파울로 응수한다. 심각한 불통이다.
재정위원회에서 항의한 감독 혹은 선수에 대한 페널티가 부과된다. 하지만, 오심으로 경기를 망친 심판들은 거의 제재받지 않는다. 설령 심판들이 페널티를 받고 다음시즌 연봉 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한다고 해도 팬들, 언론에는 철저히 숨긴다. 그 폐쇄성이 심판들에 대한 현장과 팬들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악순환이다.
KBL은 유리농구, 장풍농구다. 공격수와 수비수의 경미한 접촉에도 디펜스파울 휘슬이 울린다. 물론 기준은 불분명하다. 반대로 WKBL은 손, 팔 접촉에 불법적인 동작이 나와도 좀처럼 휘슬이 나오지 않는다. 격투기 농구다. 정작 KBL, WKBL 모두 가장 중요한 슛 동작에서의 불법적인 접촉 여부에 대한 판정은 오락가락한다. 감독과 선수가 심판들에게 설명을 요구하면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홈 콜 논란을 떠나 심판들의 자질이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 6일 SK-KCC전, 8일 오리온-SK전은 심각했다. SK-KCC전. 3쿼터 종료 24.5초전 KCC 이정현이 안드레 에밋의 패스를 받아 골밑에서 속공 마무리를 시도했다. SK 최부경이 뒤늦게 달려와 RA(공격자 보호지역)에 두 발을 들여놓았다. 이정현이 페이크 이후 골밑슛을 시도했다. 왼팔이 최부경의 얼굴에 닿았다. 뒤에서 달려온 심판이 이정현의 오펜스파울을 선언했다.
그러나 최부경의 실린더를 침범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공격자가 보호받는 RA였다. 최부경의 두 발이 RA에 들어온 상태였다.(수비자가 한 발만 들어와도 적용) 한 농구관계자는 "이정현의 팔이 최부경의 얼굴에 살짝 닿았다. 몸을 기울였지만, 그 정도는 정상적인 공격 과정이었다. 오펜스파울로 보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정현과 최부경의 실린더가 겹친 상황이었다. 이럴 경우 팔을 크게 휘두르지만 않으면 부딪혀도 정상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걸 오펜스파울로 판정하면 골밑에서 공격수와 수비수가 정상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없고, RA 설정의 의미가 없다는 게 농구관계자들 지적. 심지어 당시 바로 앞에 서 있던 심판은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뒤에서 달려온 심판이 오펜스파울을 불었다. 그 심판의 시선으로 이정현이 최부경을 가격했다고 정확히 볼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그대로 경기를 진행하는 게 옳았다.
오리온-SK전은 파울 콜이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최악의 판정이었다. 4쿼터 종료 24초전 SK 애런 헤인즈가 우중간에서 골밑으로 돌파했다. 오리온 최진수가 RA 바깥에서 두 손을 들고 수비했다. 헤인즈가 레이업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최진수의 디펜스파울. 쓰러진 최진수는 오른쪽 눈두덩이에 피가 났다. 그리고 "XX 진짜"라고 욕을 했다.
헤인즈가 오른 팔꿈치로 최진수의 얼굴을 가격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헤인즈의 팔꿈치에 최진수의 눈두덩이가 확실하게 찍혔다. 최진수의 위치에 관계없이 공격자의 불법적인 행위라고 봐야 한다. 최진수는 헤인즈를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 농구관계자는 "디펜스파울은 명백한 오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심판은 오히려 욕을 한 최진수에게 테크니컬파울까지 줬다. (최진수가 5반칙으로 물러나면서 추일승 감독에게 테크니컬파울이 기록됐다) 이 과정에서 매끄러운 소통은 없었다. 최진수가 넘어지면서 볼 데드 시간이 길어졌지만, 심판진은 비디오판독을 하지 않았다.
SK는 80-84, 4점 뒤진 상황서 자유투 3개(슛동작 디펜스파울 2개+테크니컬파울 1개)에 공격권까지 가졌다. 헤인즈가 자유투 3개 중 2개를 넣었고, 이어진 공격서 2득점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SK가 뒤집기 승리를 따냈다.
사실 84-84 동점이던 4쿼터 3.5초전 오리온 저스틴 에드워즈가 왼손 레이업슛을 시도할 때 헤인즈가 오른팔로 에드워즈의 왼팔을 쳤다. 에드워즈가 자유투 2개를 던져야 했다. 그러나 심판은 헤인즈의 디펜스파울을 지적하지 않았다. 심판의 두 차례 결정적 오심이 없었다면, 경기결과는 알 수 없었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심판설명회를 요청하면 '미안하다'는 말이 돌아온다. 다 끝나고 사과 한 마디만 하면 끝인가. 피해를 본 선수들, 해당 팀 팬들의 상처 받은 마음은 누가 어루만져주나"라고 말했다.
농구를 좋아하는 기자의 지인(농구계 종사자 아님)은 최근 "KBL, WKBL은 심판판정 때문에 도저히 못 보겠다. 올 시즌 몇 차례 직관했는데 심판들에게 농락당한 기분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다시는 농구장에 가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얻어맞고도 디펜스 파울을 받은 최진수(위), SK-KCC전 심판진(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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