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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올겨울 최고의 추위가 불어닥친 12월 12일.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시사회는 이른 추위에 바짝 얼었던 마음을 녹이는 힘이 있었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한국형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신기원이 열렸다.
화재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자홍(차태현)은 저승에서 일곱 번의 재판을 받는 동안 자신을 호위하는 삼차사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의 변호를 받는다. 자홍은 귀인으로 모든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야 환생할 수 있고, 삼차사는 1천년동안 49명을 환생시켜야 자신들도 다시 세상에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변호한다. 그러나 48번째 귀인 자홍의 비밀스러운 과거가 하나 둘 씩 드러나면서 자홍과 삼차사는 위기에 빠진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한국적 사후 세계관을 바탕으로 숨을 거둔 후 49일 동안 일곱 번의 지옥 재판을 거쳐야 환생할 수 있다는 전제로, 동명 웹툰의 장점을 살리면서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이제껏 본 적이 없는 저승세계를 탁월하게 구현했다.
용암이 들끓는 불구덩이 살인지옥, 회전하는 봉을 피해 평생 살려야하는 나태지옥, 칼날로 이뤄진 검수림을 통과해야하는 거짓지옥, 차가운 얼음블록에 갇히는 불의지옥, 거울에 갇히는 형벌을 받는 배신지옥, 휘몰아치는 돌덩이에 맞는 폭력지옥, 천고사막의 모래밭에 파묻히는 천륜지옥이 시종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펼쳐진다.
삼차사가 지옥의 적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대목은 역동적이고 화려한 액션신으로 숨가쁘게 달려간다. 수직적 하강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해 담아낸 스케일 큰 액션이 위력적이다. 예상치못한 원귀가 나타나는 시점부터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와 더욱 격렬해지는 액션신은 관객을 판타지 롤로코스터에 태운다.
저승 판타지를 담아내는 시각효과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가족애, 동료애 역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는 자홍의 가슴 아픈 사연과 법관을 꿈꾸는 동생 수홍(김동욱)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는 그 자체로 큰 정서적 파급력을 지녔다. 수홍과 원 일병(도경수), 그리고 박 중위(이준혁) 사이에서 벌어지는 우발적 사고 역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강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강림 역의 하정우, 정의로운 망자이면서도 과거에 저지른 죄로 고뇌하는 자홍 역의 차태현, 가벼운 듯 하면서도 날카로운 해원맥 역의 주지훈, 순수한 매력이 빛나는 덕춘 역의 김향기, 근엄한 염라대왕 역의 이정재 등 주조연배우들의 열연도 흠 잡을 데 없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쿠키영상도 놓치기 아깝다.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을 잊고 보더라도 이 영화는 한국적 정서의 강렬한 울림을 전한다. 자홍과 수홍처럼, 당신도 언젠가 후회의 눈물을 흘릴테니까.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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