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일본 도쿄 안경남 기자]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도하 악몽’은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아픈 기억이다. 하지만 당시 패배는 그에게 지도자로서 많은 교훈을 안겨줬다. 그리고 약 23개월이 흘렀다. 숙명의 한일전을 다시 마주한 그는 ‘도쿄 대첩’을 꿈꾸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7시 15분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옛 동아시안컵) 마지막 3차전을 치른다. 앞서 중국(2-2무), 북한(1-0승)을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한 한국은 2연승을 달린 일본과 우승을 놓고 최후의 한 판을 펼친다.
늘 그랬듯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다. 아니, 어쩌면 전쟁에 더 가까운 라이벌전인지도 모른다. 패하면 모든 걸 잃고, 이기면 모든 걸 얻는다. 2018 러시아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에 있는 신태용호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신태용 감독은 일본에 강했다. 그는 “선수 시절 일본에 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감독이 된 이후 한일전은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16년 1월 3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겸 열린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한국은 권창훈(디종), 진성욱(제주)의 연속골로 2-0 리드를 하다가 후반에 내리 세 골을 내줘 2-3으로 역전패한 악몽이 있다.
신태용 감독에게 지도자 인생 최악의 날 중 하나였다. 전반에 두골을 넣은 그는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지 않고 일본을 더 짓밟기 위해 계속 전진했고, 그 결과 급격한 체력저하로 일본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당시를 회상한 신태용 감독은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는 범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때는 올림픽 티켓을 따는 게 우선이어서 우승보다는 일본을 누르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우승이 명확히 갈린다. 당시 한일전 패배는 지도자로서 정말 많은 걸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태용 감독은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고도 한일전 패배로 웃으며 공항에 나타나지 못했다. 그만큼 여전히 한일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신태용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한일전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가 꿈꾸는 건 또 다른 ‘도쿄 대첩’이다. 역대 도쿄 대첩은 12번 있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예선으로 치러진 경기에서 5-1 대승을 거뒀던 것을 시작으로, 아직까지도 축구 팬들에게 가장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1997년 9월 28일 적지에서 일본을 2-1로 이긴 ‘도쿄 대첩’이 있다.
일본에게 먼저 선제골을 내줬던 한국은 후반 38분 서정원의 헤딩 동점골과 후반 41분 이민성의 왼발 중거리슛으로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해냈다.
이를 위해 신태용 감독은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치진과 일본을 정밀 분석했다. 그는 “일본은 세밀한 축구를 잘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공략할지 미팅 했다”고 말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과연 ‘도하 악몽’은 ‘도쿄 대첩’으로 바뀔까. 축구 팬들의 시선이 모아진다.
[올림픽대표팀 시절 한일전에서 2골을 앞서다 3골을 내주며 역전패를 당한 신태용 감독. 사진 =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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