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근에 좀 힘들어하더라고."
DB는 베테랑 김주성과 윤호영, 에이스 두경민을 제외하면 경기당 평균 20분 이상 뛰어본 국내선수가 없다. 이상범 감독은 두경민을 에이스로 낙점했다. 시즌 초반부터 나머지 국내선수들을 철저히 10~20분씩 로테이션 했다.
개개인의 농구 내공이 좋은 편이 아니다. 주전으로 뛰어본 적도 없다. 어쩔 수 없이 기술보다 활동량으로 승부를 걸었다. 빠른 속공전개, 드라이브 인과 킥 아웃 패스에 의한 업템포 농구, 전원 공격리바운드, 허슬플레이 가담까지. 승승장구했다.
반환점을 돌았다. 출전시간을 철저히 관리했다고 해도, 김태홍, 맹상훈, 김영훈, 이지운, 서민수, 유성호 등 로테이션 선수들이 지치는 건 어쩔 수 없다. 더구나 두 차례 A매치 휴식기로 화요일 스케줄이 1경기서 2경기로 늘어나면서 전체 일정이 더욱 빡빡해졌다.
이상범 감독은 최근 "경민이를 빼면 우리 젊은 애들이 주전으로 뛰어본 적이 없어서 시즌을 소화하면서 체력을 관리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내가 아무리 조절해줘도 체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일찌감치 팀의 공수시스템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가뜩이나 농구 내공이 높지 않은 선수가 대다수다. 시즌 중 스타일을 급격히 바꾸면 오히려 적응력이 떨어지고 부작용이 발생,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감독은 최근 더욱 선수들의 로테이션을 촘촘하게 가져간다. 거의 매 경기 선발라인업이 조금씩 달라진다. 물론 상대 매치업에 따라 바꾸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좀 더 자주 교체, 최대한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한다.
예를 들어 주장 김태홍은 선발라인업에 포함되는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23~24일 홈 2연전서 잇따라 선발라인업에서 빠졌다. 27일 LG전서는 한정원과 김영훈이 선발라인업에 들어왔다. 이 감독은 "김태홍은 최근 좀 힘들어했다. 선발보다는 벤치에서 미리 경기 흐름을 보고 중간에 들어가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박병우가 23~24일 경기에 연이어 선발라인업에 포함됐다. 에이스 두경민에 대한 이 감독의 배려였다. 공을 갖고 상대 코트로 치고 넘어가는 역할을 박병우가 맡으면서, 두경민이 조금이나마 체력을 세이브했다. 이 감독도 "경민이가 힘들어하길래 투 가드도 써봤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 감독은 직접 경기 하루 전에 선수들에게 얘기하거나, 이효상, 김성철 코치를 통해 선수교체의 이유와 목적, 역할에 대해 선수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준다. 선수들은 수긍한다. 미리 감독의 의도대로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경기 몰입도가 높아지고, 경기력이 유지되는 원동력이 된다.
김태홍은 "예전 팀에서, 예전 감독님들에게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상범 감독님이 미리 얘기해주시니 마음이 편하다. 벤치에 앉아있어도 전혀 서운하지 않다. 오히려 코트에 들어갈 때에 대비, 더 잘 준비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로테이션 과정에서 어쩌다 배제된 선수는 다음 경기서 반드시 중용한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든 개개인의 체력누수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그래도 경기력 하락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고, 버텨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감독은 "시대가 바뀌었다. 나도 선수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가 선수들을 믿는다고 했는데 실책 하나 했다고 빼버리면 그 선수가 나를 믿겠나. 실책이라는 게 힘들어서 그렇다. 공을 받는 사람이 힘들어서 한발 덜 뛰니 공을 주는 사람이 부정확한 패스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출전시간 관리를 해줄 테니 코트에선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실책 30개를 해도 괜찮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 개개인의 체력저하가 명확해도 좀처럼 맨투맨 디펜스 빈도를 낮추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1대1로 방어하는 맨투맨은 공간을 나눠 커버하는 지역방어보다 체력소모가 크다. 선수층이 얇은 팀은 체력안배 차원에서 지역방어를 펼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원래 수비는 맨투맨이 가장 좋다. 힘들어도 주로 맨투맨을 시킬 것이다. 지역방어를 하면 우리도 체력을 세이브하지만, 상대도 패스 몇 번에 쉽게 득점할 수 있다. 그럼 상대도 그만큼 덜 움직이고 체력을 세이브할 수 있다. 힘들다고 지역방어를 하는 건 별로 효과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현실에 순응했고, 그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확실한 소신으로 선수들을 이해시켰고, 그 과정에서 선수들과 신뢰관계를 두껍게 다지고 있다. 이 감독의 선수 로테이션 고민은 단순하게 접근할 일은 아니다.
[DB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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