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공동수상 남발은 여전했다.
30일 열린 2017 MBC 연기대상은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동안 대상을 시청자 투표로 결정해 '인기대상이냐'는 비아냥을 들었던 MBC다. 올해부터 다시 전문적인 심사 기준에 의해 선정하며 시상식의 권위 회복을 노렸다.
하지만 고질병인 '공동수상 남발'은 변함 없었다. 드라마 장르를 주말극, 미니시리즈, 연속극, 월화극 등 무려 네 부문으로 나누는 '장르 쪼개기'로 상 퍼주기에 여념 없었다. 그 와중에 최우수 월화극 남자 부문은 두 배우에 공동수상까지 했다. 최우수연기상 수상자만 아홉 명에 달한 것이다.
최고의 캐릭터상까지 신설해 상을 나눠줬는데, '악역상', '투혼 연기상', '코믹 캐릭터상' 등 가벼운 느낌으로 이름을 지어 스스로 트로피의 무게를 떨어뜨렸다. '투혼 연기'라는 모호한 타이틀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문제는 이런 '상 퍼주기'에도 배우 최민수와 윤균상이 무관에 그쳤다는 점이다.
최민수는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 역을 맡아 코믹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연기를 마음껏 뽐내며 드라마 인기의 일등공신이었다. 유력한 대상 후보로까지 거론됐으나, 최민수에게 돌아간 상은 없었다.
윤균상은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의 주인공 홍길동이었다. 극 초반부를 대상 수상자인 아모개 역 배우 김상중이 이끌었다면, 윤균상은 중후반부의 주역이었다. 윤균상의 능청스러운 연기력이 있었기에 연산군 김지석, 장녹수 이하늬, 가령 채수빈 등의 연기가 덩달아 조화롭게 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윤균상은 이날 '역적' 팀이 휩쓴 여덟 개의 트로피 어디에도 이름을 새기지 못했다.
애당초 개최가 불투명했던 2017 MBC 연기대상이다. MBC 파업 여파로 시상식 준비에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렇게 공동수상만 남발할 요량이었으면, 차라리 개최 안 하는 편이 나을 뻔했다.
MBC 드라마국은 상 퍼주기 할 게 아니라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토록 많은 작품에 상을 나눠줬음에도, 정작 올 한 해 동안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은 MBC 드라마는 극히 적었다는 것이다.
공동수상은 작품성 좋은 드라마가 넘쳐나고,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이 즐비한 1년이 되어야만 그나마 설득력을 얻는다. 2017년 한 해 동안 MBC 드라마가 공동수상을 남발할 정도로 풍요로웠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사진 = MBC 제공-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