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주권이 2018시즌 kt 위즈의 토종 에이스 타이틀을 탈환하기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묶었다.
주권에게 2017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2016시즌 완봉승 및 팀 내 최다 선발승에 힘입어 큰 기대를 모았지만, 오히려 기대가 독이 됐다. 시범경기 한 경기 15실점을 비롯해 선발 개막 3연패 등 좌절이 찾아왔고, 결국 대부분의 시간을 불펜에서 보내다 아쉽게 시즌을 마쳤다. 지난 시즌 기록은 39경기 81⅔이닝 5승 6패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61.
▲15실점의 악몽…“이제 그런 일은 없습니다”
주권에게 지난해 3월 23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완봉승의 기억이 있는 넥센을 상대로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에 나섰으나 4이닝 16피안타(3피홈런) 1볼넷 15실점으로 무너졌다. 당시 4회에만 12실점하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역대 한 경기 최다 실점, 한 이닝 최다 실점 기록을 경신했던 상황. 시범경기라 기록이 집계되지 않는 부분이 위안거리였다.
주권은 “스프링캠프 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컸다. 그냥 내가 부족했다. 또 15점까지 내주기 전까지 내가 알아서 상황을 풀어나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너무 급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주권은 당시 마운드 위에서의 솔직한 심정도 덧붙였다. “마운드에서 솔직히 9점을 내줄 때까진 화가 났다”라는 주권은 “그런데 10실점부터는 마운드에서 웃음이 나왔다. 심지어 넥센 응원석에서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셨다. 이젠 그런 일은 더 이상 없다”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주권이 진단한 부진의 원인
선발진에서 시즌을 출발한 주권의 부진은 계속됐다. 4월 4일 두산전 패배 이후 11일 넥센을 다시 만나 4⅓이닝 9실점으로 또 다시 난타 당했고, 16일 LG전에서도 1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주권은 “주변의 기대와 너무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부담이 커졌다. 2016년 6승을 거둬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강했다”라며 “그때는 어디에 던져도 타자들이 다 칠 것 같았다. 자꾸 타자들을 피하면서 점차 자신감을 잃었다”라고 진단했다.
그래도 주권은 그 덕에(?) 지난 시즌 선발, 필승조, 추격조, 마무리를 모두 경험했다. 9월에는 9일 생애 첫 세이브를 비롯해 10경기 2승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4로 구위를 회복하기도 했다.
주권에겐 그 중에서도 마무리 등판이 가장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는 “평소에 (김)재윤이 형에게 1이닝씩 던지는데 왜 힘드냐고 장난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직접 마무리를 해보니 너무 힘들었다”라고 웃으며 “선발에서 못 할 때보다 더 눈치 보였다. 9회에 주자 나갔을 땐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가장 어려운 보직이었고, 데뷔전보다 더 떨렸다”라고 말했다.
주권은 첫 마무리 등판을 마치고 김재윤에게 전화를 걸어 “형 마무리 어떻게 한 거에요?”라고 물으며 존경심을 표했다고 한다.
▲2018시즌, 고영표가 되고 싶은 주권
그래도 김진욱 kt 감독은 미래를 생각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선발투수로 주권을 내세웠다. 주권은 당시 3이닝 2피안타(1피홈런)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에 대해선 “아쉬웠다. 안타를 2개밖에 안 맞았는데 그 중 하나가 실투에 의한 홈런이었다. 내가 2016년 두산, 작년엔 KIA를 모두 정규시즌 우승팀으로 만들었다”라고 웃었다.
주권은 지난 시즌 고영표를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다. 2016년 자신이 완봉승으로 스타가 됐다면, 지난 시즌엔 고영표가 그 주인공이었다. 주권은 “2016년에는 (고)영표형이 날 보고 부러워했지만 지난해엔 내가 많이 부러워했다. 좋은 체력, 타자들을 상대하는 요령 등이 인상적이었다. 자극이 많이 됐다”라고 전했다.
주권의 올해 스프링캠프 목표는 제구력 강화다. 구속이 빠르지 않은 주권은 제구력 및 완급조절로 타자들을 승부해야 한다. 지난 2016년에도 그렇게 승승장구했었다. 주권은 “제구력을 가다듬을 것이다. 올해엔 확실한 제구력이 필요하다. 구속이 안 나와도 윤성환(삼성) 선수처럼 정확한 제구력을 갖고 싶다”라고 목표를 전했다.
이어 “내년에 꼭 선발로 뛰고 싶다. 로테이션에 합류한다면 거르지 않고 꾸준히 던지도록 하겠다”라며 “강백호, 황재균 선수가 왔지만 사실 내가 잘해야 한다. 지난 시즌 많은 배움을 얻었고, 올해엔 더 이상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주권은 끝으로 kt 팬들을 향한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2016년에 기대했던 주권을 잊지 말고 내년에 다시 한 번 기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래도 지난해 저조한 성적에도 많은 팬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2018년엔 성원에 보답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주권. 사진 = 수원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마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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