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디즈니·픽사는 언제나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신세계를 펼쳐냈다. 요리하는 생쥐 ‘라따뚜이’, 폐기물 수거 처리 로봇의 사랑을 다룬 ‘월E’, 78세 할아버지가 꿈을 찾아 떠나는 ‘업’, 우리 마음 속의 감정을 캐릭터로 만든 ‘인사이드 아웃’ 등의 작품 리스트는 디즈니·픽사가 얼마나 독창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지를 증명한다. 신작 ‘코코’는 환상적인 저승 세계에서 대가족의 뭉클한 사랑과 소년의 열정적 꿈을 응원하는 작품이다.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은 음악을 금지한 집안 전통으로 힘겨워한다. 어느날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가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간 미구엘은 그곳에서 의문의 사나이 헥터를 만나 기묘한 모험을 펼친다.
‘코코’는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변형(미구엘과 함께 모험에 나서는 개 이름은 단테인데, 이는 저승세계 여행을 다룬 ‘신곡’의 저자 이름이다)해 흥미를 유발한다. 오르페우스는 지상의 빛을 보기 전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지키지 못해 결국 아내를 데려오지 못한다. ‘코코’의 미구엘 역시 조상의 축복을 받아야하는 어려운 미션을 수행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며 극의 긴장감을 조인다.
디즈니·픽사 최초로 비백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코코’는 멕시코의 전통문화 속에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스토리라인을 녹여냈다. 특히 이승과 저승이 연결돼 있다는 세계관은 동양적 사고방식과도 맞물려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승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잊혀지면 저승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설정은 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해골들이 흥겨운 축제를 벌이는 것을 비롯해 금잔화 꽃잎으로 만든 다리, 화려하고 웅장한 죽은 자들의 세계 등 이제껏 본 적이 없는 환상적 비주얼로 사후세계를 풍부하게 담아낸 점도 돋보인다.
인간은 기억으로 타인과 유대의 끈을 묶는다. 기억이 끊긴다면 사랑도 잊혀진다. 주제곡 ‘리멤버 미(Remember Me)‘가 그토록 애타게 부르는 가사의 내용은 ’기억해 줘‘이다. 누군가 계속 기억해준다면, 당신은 행복할 것이다. 이승에서든, 저승에서든.
제75회 골든글로브 애니메이션 작품상 수상작.
[사진 제공 = 디즈니·픽사]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