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시작은 수비전이다.
DB는 올 시즌 3~4쿼터에 가장 극적인 경기를 펼치는 팀이다. 원주 팬들이 DB 농구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1~3쿼터에 대등하거나 밀리는 승부를 해도 4쿼터 막판에 뒤집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4쿼터 쇼타임의 중심은 원투펀치 디온테 버튼과 두경민이다. 버튼은 16일 KGC전서도 명불허전이었다. 경기종료 38초전 수비수 양희종이 자신을 향해 팔을 뻗자 그대로 슛모션을 취해 자유투 3개를 얻었다. 재치 있는 응수였다.
동점이던 경기종료 1.8초전 Q.J. 피터슨이 넘어지자 우중간에서 위닝 3점포를 꽂은 건 백미였다. 버튼에 대한 선수단, 코칭스태프의 믿음은 DB 내부에 깊게 퍼졌다. 두경민은 "마지막에 수비수가 양희종 형이었다면 모르겠는데, 피터슨이라서 버튼이 끝낼 줄 알았다. 버튼은 KBL서 1대1로 막을 수 있는 수비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3~4쿼터 화려한 쇼타임은 곧 DB 전력의 중요한 실체다. KGC 김승기 감독조차 "워낙 결정력이 좋은 선수다. 마지막에 넣을 줄 알았다. 피터슨이 넘어졌는데 어떻게 하겠나. 할 수 없었다"라고 말할 정도다.
화려함 속에는 헌신이 숨어있다. 쇼타임은 화려함만으로 채워지는 건 아니다. KGC전만 해도 그랬다. DB 업템포 농구 핵심과도 같은 외곽포가 제때 말을 듣지 않았다. 턴오버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2쿼터 이후 흐름을 완전히 넘겨주지 않았다.
헌신은 곧 수비전이다. 정확히 말하면 윤호영의 존재감이다. 이상범 감독은 윤호영을 3~4쿼터에 집중적으로 활용한다. 몸 상태가 그렇다. 40분 풀타임 소화는 무리다. 베테랑 김주성은 3쿼터 중반부터 뛴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수비범위가 많이 줄어들었다.
윤호영의 최대장점은 수비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갖췄다는 점이다. 큰 신장과 수준급 순발력을 동시에 발휘한다. 경기흐름, 매치업에 따라 자신의 공격수를 버리고 도움수비를 들어가고 리커버리 하는 판단력이 KBL 최고 수준이다. 동료가 팀 디펜스에서 약속된 움직임을 이행하지 못할 때 커버하는 동작 역시 좋다.
KGC전 4쿼터 5분전 자신의 공격수 양희종을 버리고 오세근에게 도움수비를 들어가서 블록을 해낸 건 백미였다. KGC는 그날 유독 24초 공격제한시간에 자주 걸렸다. 빈틈 없는 스위치, 특히 윤호영의 활발한 내, 외곽 커버가 핵심이었다.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수비에서 상대 흐름을 끊었다. 덕분에 DB는 전체적인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최근 DB가 공격에서 풀리지 않고도 막판 뒤집기 승리를 할 때 대부분 윤호영의 수비공헌이 숨어있었다.
윤호영은 상대적으로 공격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수년 전부터 지적된 부분. 아킬레스건 부상과 재활 이후 복귀하면서 더더욱 조심스러운 모습도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윤호영에 대한 DB의 믿음은 절대적이다. 두경민은 "호영이 형이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면서 경기 막판 수비할 때 체력을 세이브할 수 있다. 공격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DB는 81.1실점으로 리그 최소실점 1위다. 4쿼터 실점은 18.9점으로 2쿼터(18.8점) 다음으로 적다. DB 관계자는 "호영이가 공격 적극성이 좀 떨어지긴 해도 수비 센스는 여전히 최고다. 호영이 덕분에 접전으로 가는 경기를 잡은 경우가 많다"라고 평가했다. DB 쇼타임에 숨겨진 1인치다.
[윤호영(위), DB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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