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20대 때 꿈 시작할 때 생각이 나요"
배우 김여진이 무대로 돌아왔다. 꼬박 6년이 걸렸다. 출산 후 육아를 하면서도 연기 활동을 쉬지는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연극 무대에는 쉽게 오를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7살이 됐다. 이제는 다시 무대로 돌아와도 될 것 같았다. 그렇게 김여진은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여진이 출연하는 연극은 '리차드3세'. 꼽추로 태어났지만 뛰어난 권모술수와 총명한 식견을 지녔던 요크가 비운의 마지막 왕 리차드3세의 욕망을 향한 광기 어린 폭주를 그린다. 극 중 김여진은 리차드3세의 형수이자 피로 얼룩진 권력 쟁탈전의 경쟁구도를 팽팽히 이루며 극의 긴장감을 높일 엘리자베스 왕비 역을 맡았다.
김여진은 "만삭일 때 했던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마지막 무대였는데 그 때 그 아이가 지금 7살이고, 만으로 6살이 되어 가니까 딱 6년만에 무대에 서게 됐다"고 운을 뗐다.
"지금 굉장히 스스로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어떻게 나올까', '어느 정도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궁금하고 큰 기대도 된다"며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 김여진은 "제의를 받고 바로 알겠다고 했다. 처음 20대에 꿈이 시작될 때 생각이 들더라"고 밝혔다.
"당시 무대가 정말 근사해 보였고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생각했던 게 어느 순간 보니까 다 된 거예요. 신기하기도 하고 진짜 뭐랄까.. 20년 전에 제게 그 말을 해주고 싶어요. '좀 더 힘내봐. 조금만 기다리면 원하는 게 다 돼'라고요."
사실 김여진의 연기자 생활은 우연히 시작됐다.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었고, 데뷔 무대였던 연극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역시 우연히 서게된 것이었다. 스태프였던 그는 연습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해당 배역 배우 자리가 비게 되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김여진은 "그 때 아무것도 모른 채 일반인이 그냥 올라간 거다. 그 때 본 관객들에게 미안할 정도"라며 "그렇게 공연을 1년 하면서 혼자 대충 깨우친 것으로 연기를 한 거다. 시행착오를 다 무대에서 겪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같으면 겁이 나서 그렇게 무대에 절대 설 수 없어요. 백지상태여서 가능했죠. 그 때 생각하면 아찔해요. 그러면서 굉장히 고마운게 저만 1년 간 원캐스트였다는 거예요. 그게 나의 힘, 저력이 된 것 같아요. 1년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그 때 얻은 자신감으로 20년을 먹고 살았네요."
데뷔 후 20년이 지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올랐던 무대는 오히려 더 무서워졌다. '리차드3세' 무대 역시 그렇다. 하지만 무대는 떠날 수가 없다.
그는 "아무래도 다른 장르는 아이와 시간도 가질 수 있고 밤에 나갔다가 같이 있을 수 있는데 연극 연습은 그렇게 하지 못하니 선뜻 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이제 6년이 흘렀고,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 놓으니 연극을 다시 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연극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몇년에 한번이라도 하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쩔 수 없이 매너리즘, 한계가 와요. 벌써 20년차인데 아무래도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도 그게 그거 같은 느낌을 받을 것 같아요. 무대에 설 때처럼 진지하게 연습해서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제가 갖고 있는 능력치에서 최소치를 보여주거든요."
드라마도 물론 장점이 있지만 무대가 주는 장점을 알고 있기에 더 무대가 그리웠다. "연극은 정말 토씨 하나, 호흡, 동작, 걸음 등을 다 연구하고 해보고 다시 고치고 하는 과정들이 있다"며 "내가 보여줄 수 잇는 최대치를 보여줄 수 있다. 이걸 또 해야 제 역량이 그만큼 키워진다.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리차드3세'는 그야말로 비극의 정점이에요. 아마 관객들도 큰 감성의 증폭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드라마, 영화 보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일 거예요. '리차드3세'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 들어가지 않은 작품이라 그만큼 열려있고 미완의 작품 같아요. 해석되고 각색되는 게 많죠. 호흡 하나, 대사 하나 변화에 감정의 증폭이 확 달라져요."
'리차드3세'는 원캐스트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더 치열하게 연기할 수밖에 없다. 분명히 밀도가 다르다. 가족보다 더 오래 볼 정도로 완전히 밀착해서 함께 연습하다 보니 상대방과의 호흡 역시 질이 다를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정말 섬세한 작업이라는 걸 매번 느껴요. 스스로 느끼고 있으니 저도 기대되죠. 매일 달라요. 해볼 때마다 다른 느낌이에요.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고요. 무대 전체가 사용될 거고 많은 배우들이 엄청나게 뛰어 다니고 굉장히 바쁘게 무대를 꽉 채우는 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연극 '리차드3세'. 공연시간 100분. 오는 2월 6일부터 3월 4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MD인터뷰②]에 계속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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