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염력’의 연상호 감독은 한 영화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서양학과 졸업작품으로 제출한 그림이 올라온 것. 자신도 버렸던 판화 이미지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혀를 내둘렀다.
“‘염력’ 포스터와 비슷하거든요. 당시엔 하늘에서 떨어지는 남자를 그렸어요. 제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이미지를 ‘염력’에 담아낸거죠.”
‘염력’ 포스터는 석헌(류승룡)이 고층 건물이 즐비한 서울 하늘을 주먹을 꽉 쥔 채 날아가는 모습이다. 영화 관람 이후 포스터를 다시 보면 묵직한 감동이 밀려온다. 딸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용기, 국가와 자본이 결탁한 시스템에 정면으로 맞서는 소시민의 결기가 느껴진다.
이 영화는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아빠 '석헌'(류승룡)과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빠진 딸 '루미'(심은경)가 세상에 맞서 상상초월 능력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자연스럽게 9년전 용산참사가 떠오른다.
“꼭 ‘용산참사’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예요. 88 올림픽 이후 도시재개발은 늘상 벌어졌잖아요. 대학 시절 함께 창작했던 친구와 동료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죠. 철거촌의 히어로 아이디어는 용산참사 이전부터 마음 속에 품어왔던 거예요. ‘부산행’ 성공 이후에 이제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용산이 잊혀져가고 있기도 했고요.”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 등을 통해 철거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누군가는 기뻐하고 환호할 때, 누군가는 슬퍼하고 절망한다. 연상호 감독은 빛과 그림자의 이면을 파고든다.
‘염력’의 최초 이미지는 일이 잘 안풀려 계속 벌금을 내던 한 남자가 재판정을 부수는 모습에서 따왔다. 포크레인 한 대 정도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지난 남자가 그것을 훨씬 더 능가하는 체제(시스템)를 부숴야하는 상황을 스크린에 옮기고 싶었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학교였다면, ‘염력’은 국가와 자본이 결탁한 사회다.
“처음 창작을 하던 20대 시절부터 보이지 않는 권력에 대한 공포가 존재했어요. 대학에서 사회 의식이 강한 친구와 동료를 만나면서 서서히 철이 들었죠. ‘송곳’의 최규석이 대표적이예요. 그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어서 빨리 벗어나야할텐데 말이죠(웃음).”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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