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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런 게 꿀팁이지. 코치들은 말 못해주는 거야."
DB 유성호는 2m의 빅맨이다. 현대모비스 시절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백업 4~5번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DB로 이적하면서 빅맨 역할만 맡지 않는다. 코트에 투입되면 DB 특유의 업템포 농구 일원이다. 가드, 포워드들과 마찬가지로 외곽에서 찬스를 잡고 스텝만 맞으면 곧바로 슛을 던진다.
이상범 감독은 "센터도 3점슛을 던져야 살아남는다. 틈이 날 때마다 던지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스페이싱이 중요성이 큰 현대농구다. 빅맨이 상대 빅맨을 외곽으로 끌어낼 때 효과적인 찬스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유성호는 전문 슈터가 아니다. 빅맨이라 슛 거리도 길지 않다. 당연히 림에서 멀어질 수록 슛 적중률은 떨어진다. 하지만, 3일 KCC전서 3점슛 3개를 터트렸다. 2위 KCC 밀어내기에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수비수의 견제가 루즈했다. 그래도 100% 우연은 아니었다.
김주성의 원포인트 레슨이 있었다. 이 감독은 "성호의 3점슛 폼이 바뀌었다. 2점슛 폼은 예전과 같은데 3점슛만 바뀌었다. 주성이가 성호한테 요령을 얘기해줬다"라고 털어놨다. DB 관계자도 "KCC전 전날 주성이가 1시간 정도 얘기를 해줬다"라고 덧붙였다.
유성호의 3점슛 폼은 점프슛에서 세트슛으로 바뀌었다. 점프슛은 점프를 해서 정점에 올랐을 때 던지는 슛이다. 팔에 부하가 많이 걸린다. 대신 타이밍만 잘 잡으면 상대 집중견제에도 릴리스가 흔들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스크린을 받고 무빙슛을 던져야 하는 슈터는 점프슛 기술이 필수다.
세트슛은 주로 수비수가 없을 때 정점에 올라가면서 몸의 반동을 이용해 던지는 슛이다. 아무래도 점프슛보다 상대 견제에는 취약하다. 정점에 올라가면서 릴리스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폼만 확실히 익히면 적중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빅맨 유성호는 동료의 스크린을 받아 무빙슛을 던질 일이 거의 없다. 발이 느린 수비수를 전략적으로 외곽으로 끌어낼 때, 혹은 완벽한 오픈찬스에서 슛을 던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점슛을 세트슛으로 던지는 방법을 익히는 게 유성호에게 마침맞다.
DB 관계자는 "유성호의 경우 점프슛 폼이 딱딱했다.(첫 번째 사진을 보면 팔 자세가 약간 부자연스러운 게 느껴진다) KCC전서 세트슛으로 3점슛 3개를 넣었는데, 첫 번째보다 두 번째, 세 번째 폼이 훨씬 부드러웠다. 자신감이 생긴 것 같더라"고 말했다. 실제 KCC전 당시 3점슛을 넣고 손가락으로 벤치의 김주성을 가리켰다. 해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김주성은 2~3년 전부터 3점슛 시도가 늘어났다. 그 역시 KBL 데뷔 후 중거리슛을 장착했고, 세월이 흘러 3점슛까지 장착했다. 유성호처럼 정통 빅맨이었으나 트랜드의 변화에 따라 스타일을 바꿨다. 지금 유성호는 김주성과 유사한 길을 걷는다.
당연히 김주성의 조언이 유성호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 감독은 "그런 게 꿀팁이다. 코치들이 말해주는 것보다 주성이가 말해주는 게 더 좋다. 주성이가 성호처럼 슛 거리를 늘렸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주성과 서민수의 관계가 몇 차례 알려졌다. 농구 관찰력이 좋은 서민수가 김주성이 3점슛 연습을 할 때 폼을 지적했고, 김주성도 받아들였다는 내용이다. 물론 서민수가 김주성에게 느끼고 배우는 게 훨씬 더 많다.
그만큼 DB는 선수들끼리 팁을 공유하는 문화가 발달됐다. 이 감독도 "평소 연습할 때 선수들끼리 농구 얘기를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DB 관계자도 "이 감독님 부임 후 팀 운동을 할 때 토론을 활발하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은퇴를 앞둔 김주성이 후배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지 않았다면, 유성호가 대선배 김주성의 꿀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유성호의 KCC전 3점슛 3방은 나올 수 없었다. 사실 알려지지 않은 꿀팁 공유 사례는 더 많을 것이다. 수 많은 팁 공유를 통해 DB 케미스트리는 단단해졌다.
유성호는 꿀팁을 전수받은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 자신의 완벽한 기술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감독은 "성호의 3점슛 폼은 아직 자신의 것이 아니다. 얘기를 듣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 올 시즌 끝나고 연습을 엄청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야 나중에 유성호가 비슷한 케이스의 변화를 시도하는 후배들에게 팁을 전수하고, 공유할 수 있다. 그런 사례가 모여 DB라는 조직이 오래, 건강하게 굴러가는 원동력이 된다.
[유성호.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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