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착하고 성실한 택배기사이자 모범시민인 건우(강동원)는 어느날 갑작스럽게 전화를 걸어온 고교 밴드시절 친구 무열(윤계상)을 만난다. 무열은 “아무도 믿지 말라”는 말을 남긴 채 사라지고, 눈 앞에서 유력 대선후보가 폭탄 테러로 암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순식간에 용의자로 몰린 건우는 국가기관의 추격을 피해 필사의 도주를 벌이다 전직 요원 민씨(김의성)를 만나 사건의 실체를 조금씩 알게된다. 그러나 건우가 도망칠수록 또 다른 친구 동규(김대명), 금철(김성균), 선영(한효주)에게 위험이 찾아온다.
‘골든슬럼버’는 뜨거운 우정, 아련한 사랑, 추억의 음악이 박진감 넘치는 리얼추격극 속에 유기적으로 결합된 작품이다. 스토리의 짜임새는 촘촘하게, 음모와 추격은 긴박하게 펼쳐진다. 선량한 시민을 한 순간에 범죄자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권력의 횡포와 이미지 조작을 비판하는 한편, 위기에 빠진 친구들이 우정과 사랑의 힘으로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시종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
광화문 폭발사건 이후 좁은 골목길과 어두운 지하 배수로를 숨가쁘게 오가는 추격극은 심장 박동수를 높이는 쾌감을 선사한다. 악의적이고 치밀한 음모에 맞서는 건우와 민씨의 반격과 액션신도 흠잡을 데가 없다.
‘골든슬럼버’는 근래 제작된 충무로 영화 가운데 플래시백(회상)을 가장 탁월하게 구사한 작품일 것이다. 쫓고 쫓기는 추격이 쉴 새 없이 전개되는 가운데서 과거의 추억을 하나 둘씩 불러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이토록 매끄럽게 연결된 플래시백은 실로 오랜만이다.
그리고 서정적 선율의 음악이 있다. 비틀스의 명곡이 우정과 사랑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신해철의 음악은 청춘의 순수함과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한다. 긴박한 암살 사건과 감성적 선율을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게 녹여낸 점도 탁월하다.
강동원은 순진무구한 청년 건우 역을 빼어나게 연기했다. 겁에 잔뜩 질린 채 도주하는 장면부터 극 후반부의 1인 2역 액션신에 이르기까지 ‘믿고 보는 배우’의 신뢰감을 준다. 김의성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진 헤크만을 연상시키는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한효주는 적은 분량에도 짙은 여운을 주는 감정연기로 시선을 붙잡는다.
‘골든슬럼버’에는 강동원의 아름다운 미소가 있다. 그 미소는 잊고 지낸 채 살았지만, 여전히 내 편이 되어줄 친구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다. 이 영화를 보는 당신은 오래전 친구를 만나고 싶을 것이다.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