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관객들에게 '역시 황정민'이 될 것이다.
연극 '리차드3세'(연출 서재형)는 소위 '쌍천만 배우'로 인정 받는 황정민의 존재감으로 채워진다. 황정민에 의한, 황정민을 위한 연극이다. 그는 100분의 질주 속 홀로 60% 이상의 대사를 내뱉는다. 유독 한 배우에 찬사가 몰아 쏟아지는 이유다.
셰익스피어의 초기 작품 중 가장 날것에 가까운 수작으로 손 꼽히는 '리차드3세'는 인간의 비틀린 욕망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나의 죄를 묻는 그대들의 죄를 묻고자 한다."
황정민이 자신의 연기인생이 시작된 무대로 10년 만에 돌아와 영국판 수양대군으로 불리는 피의 군주 리차드3세 역을 맡았다.
못생긴 얼굴에 움츠러든 왼팔, 곱사등을 가진 신체적 불구자이나 모든 콤플렉스를 뛰어 넘는 언변과 권모술수, 유머감각, 리더십으로 친족들과 가신을 숙청하고 권력의 중심에 서는 인물이다.
황정민은 이 분열적 캐릭터를 눈빛과 제스처, 절뚝거리는 걸음, 때로는 사이코틱한 목소리로 표출하며 일그러진 욕망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에드워드4세 역의 정웅인, 엘리자베스 왕비 역의 김여진 등이 연습벌레 황정민에 '질린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무대에 올려진 '리차드3세'는 집요한 분석과 연습의 결과물로 황정민은 방대한 대사량을 정확한 발음으로 속사포에 가깝게 쏟아낸다. 그의 암기력에 경이로움이 느껴질 정도.
'리차드3세'는 단출한 무대장치로 연극만의 미덕을 살리지만 스크린을 활용한 영상을 통해 참신한 무대 화법을 선보인다. 무대 바닥이 움푹 꺼지기도 하며 처절한 비극의 장을 연출한다. 커튼콜까지도 믿고 볼만 하다.
또한 정웅인, 김여진에 정은혜, 김도현, 박지연, 임기홍, 이갑선, 김병희 등 탄탄한 기량을 갖춘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는 텍스트의 힘이 큰 '리차드3세'에서 위력을 과시한다.
3월 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사진 = 샘컴퍼니 제공]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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