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살림에 쥐어짜낸 위성우 매직, 올 시즌은 진짜다

[마이데일리 = 아산 김진성 기자] 올 시즌은 진짜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디테일한 지도자로 유명하다. 기본적으로 상대 팀의 약점을 철저히 공략하는 게임플랜을 수립, 승률을 끌어올린다. 오랫동안 WKBL에 몸 담은 위 감독, 전주원 코치, 박성배 코치의 호흡은 환상 그 자체다.

게임플랜을 수립하면, 선수들에게 공격과 수비의 조그마한 자세까지 일일이 지적하고 반복훈련을 통해 숙달시킨다. 조금만 타이밍이 어긋나도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될 때까지 한다. 이를 위해 강인한 체력단련은 필수다.

당연히 위 감독과 오래 함께했던 선수들이 위 감독 농구 이해도가 높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박혜진과 임영희를 제외하면 위 감독과 처음부터 함께 시작한 선수가 거의 없다. 위 감독도 시즌 도중 "하고 싶은 농구를 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존쿠엘 존스와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양지희와 이선화도 은퇴했다. 김단비는 KEB하나은행으로 이적했다. 빅맨 자원이 전멸했다. 수년간의 강행군 후유증도 있었다. 이은혜, 최은실, 홍보람은 부상으로 비 시즌 훈련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

심지어 김정은은 우리은행 특유의 강훈련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무릎이 악화됐다. 베테랑 임영희는 올 시즌 눈에 띄게 기복이 심해졌다. 나탈리 어천와, 데스티니 윌리엄스는 특급 외국선수가 아니다.

결국 박혜진에게 극도로 의존하는 컬러가 됐다. 실제 경기내용이 좋지 않을 때 승부처서 박혜진이 풀어낸 케이스가 수 없이 많았다. 박혜진이 우리은행 승리의 80% 지분을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위기서 리더십을 발휘한 위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역량을 간과할 수 없다. 남아있는 자원들로 전력을 극대화했다. 현실적인 플랜을 짰다. 예를 들어 어천와에겐 박혜진과 임영희에게 스크린을 걸고 골밑으로 들어가는(롤) 연습, 중거리슛 능력이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크린을 건 뒤 미드레인지로 빠져나가서 자리를 잡는 연습을 많이 시켰다.

김정은에겐 빅맨 수비를 맡기되, 공격에선 특유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게 롤을 부여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에너지 소모가 커지면서 시즌 막판 페이스가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각종 기록, 임팩트는 지난 두 시즌 하나은행에서 보여준 것 이상이다. 위 감독이 직접 비 시즌, 일본 전지훈련에서 스크린 수비부터 일일이 다시 가르쳤고, 김정은이 울면서 따라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절대적으로 높이에서 달리는 KB전서 3승을 따냈다. 비록 6~7라운드 맞대결서 잇따라 패배했지만, KB와의 경기가 잘 풀릴 때 우리은행은 리바운드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다. 그리고 2대2에 능한 박혜진, 임영희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철저히 어천와를 활용했다.

특히 외곽 수비 범위가 좁은 박지수, 다미리스 단타스의 약점을 활용, 어천와의 미드레인지슛 찬스를 많이 만들었다. 어천와의 미드레인지슛이 들어가면서 스페이싱 농구가 제대로 이뤄졌다. 우리은행은 박지수와 단타스에게 지나치게 많은 점수만 허용하지 않으면 KB를 이길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정규시즌에는 박지수를 1대1로 막았지만, 챔피언결정전서 만날 경우에 대비한 또 다른 무기가 분명히 있다.

최악의 상황, 최악의 전력에서 쥐어짜냈다. 결국 정규시즌 6연패다. 위성우 매직. 올 시즌에는 정말 인정 받아야 한다. 과거 첫 우승~5연패 당시보다 더욱 의미 있다. 가진 전력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한 팀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성우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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