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행을 최초로 폭로한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가 미투 운동 이후 첫 공식석상에 섰다.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3층 서울시극단 연습실에서 진행된 서울시 극단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 제작발표회에서는 김광보 연출, 김경민 작가, 김수희 연출, 김아로미 작가, 민새롬 연출, 송경화 작,연출, 이보람 작가, 이은영 연출 등을 비롯 배우들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 14일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미투)' 해시태그를 달고 과거 이윤택으로부터 당한 성추행을 폭로했다. 이에 이윤택 연출은 공식 사과했고, 이후 미투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미투 운동에 앞장서 이윤택 연출의 성추행을 폭로한 김수희 연출의 첫 공식석상에 관심이 쏠린 상황. 이날 사회자는 김수희 연출을 의식한 듯 "오늘 촬영한 사진은 가능한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 용도로만 사용해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지만 김수희 연출을 향한 질문은 처음부터 시작됐다.
질의 응답이 시작된 뒤 사회자는 "서울시극단 창작 플랫폼 제작발표회인 만큼 그 부분에 주목해서 질문 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련 질문이 이어졌고, 김수희 연출은 "이 기자간담회를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했던 답변은 창작플랫폼과 관련되지 않은 어떠한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겠다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 입장은 여전하다"면서도 "지금 기자님께서 물어보시는 '한국 연극이 무너졌다', 혹은 '희망이 없다'고 물으셨는데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문제에 대한 이의 제기였고 거기에 제일 취약했던 예술계가 가장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더 나은 사회로 나가기 위한 여성들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너와 피아노', '나의 엘레닌', '체체파리', '네가 있던 풍경' 외에 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 자리는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을 위한 자리다. 거기에 집중해 질문 해주시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가 연출한 '너와 피아노'는 공교롭게도 예술계의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이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라는 질문이 이어졌고, 김수희 연출은 "저 역시 작가님의 작 의도를 따라 연출하고 있다. 텍스트가 구조 속에 갖고 있는 선택 속의 여자들"이라며 "3년 전 작품인데 지금과 만나고 있다는 것이 저나 작가님이나 당혹스럽다. 반가우면서도 조심스럽다. 구조 속에서 선택의 문제인건지, 전체 구조가 문제인건지에 대해 저도 답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또 "구조 속에서 선택의 문제인건지, 전체 구조가 문제인건지에 대해 저도 답을 찾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처음 연극을 시작했을 때가 20대고 지금 제가 40대다"며 "20대 시절에는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내가 많이 잘못하고 있는가보다' 그래서 연극함에 있어 갈등이 굉장히 많았다"고 고백했다.
김연출은 "40대가 된 지금에서는 '나의 문제는 아니었을 거야. 구조가 잘못된 것이야' 한다"며 "그거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했다. 이야기 해보자 하는데만 십여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끊임 없이 그 질문에 대해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지금 배우들과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며 "사실 앞으로의 행보도 저 스스로도 고민이 많다. 어떤식으로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공연 뿐만 아니라 아시고 있는 모든 상황들에 대해 어떤식으로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20년 가까이 연극해온 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배우들, 스태프들, 관계자와 같이 풀어 나가고 싶다"며 "지금 현재로서는 뭐라고 꼬집어서 이렇게 풀겠다고 말할 수 없다. 매 순간 바뀌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것은 작품 안에서의 고민이지 그것이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과는 별개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작품은 작가님 의도에 따른 선택의 문제다. 그 안에서 이야기 장을 펼쳐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은 오는 3월 15일부터 4월 8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창작플랫폼-희곡작가'(이하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 된 네 편의 무대를 모은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을 선보인다.
이번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에서는 관객의 설문조사에서 무대 상연의 가능성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김경민 작가 김수희 연출의 '너와 피아노'(2015), 이보람 작가 이은영 연출의 '네가 있던 풍경'(2015), 김아로미 작가 민새롬 연출의 '나의 엘레닌'(2016), 송경화 작,연출의 '체체파리'(2016) 등 총 네 작품을 무대로 만날 수 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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