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대전 이후광 기자]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27일 대전에서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에 패하며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 2015-2016시즌 이후 2시즌만의 정규리그 제패.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 감독 부임 후 세 시즌 동안 두 차례의 우승을 일궈내는 지도력을 과시했다.
시즌 초반으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현대캐피탈은 개막 직전 외국인선수 바로티(라이트)의 발목 부상으로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악재를 맞이했다. 급하게 레프트 안드레아스를 영입했고, 레프트였던 문성민은 다시 라이트로 이동했다. 비시즌 연습했던 패턴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최 감독은 침착하게 시즌을 운영했다. 초반 안드레아스의 어려운 적응 속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최 감독은 격려와 믿음을 주며 기다렸다. 안드레아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난 국내선수와 외국인선수를 구분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그가 3라운드부터 서서히 적응하자 “이젠 책임감을 가져달라. 넌 그럴 능력이 있다. 외국인이라서가 아닌, 안드레아스이기 때문이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안드레아스가 자리를 잡자 현대캐피탈은 비상했다. 성탄절 대한항공전 승리를 기점으로 무려 7연승을 달렸고, 지난 25일 우리카드전까지 연패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다. 안드레아스의 적응과 함께 문성민의 공격력이 극대화됐으며 센터 신영석은 블로킹 1위답게 견고한 수비 및 속공 능력을 뽐냈다. 여기에 백전노장 여오현이 건재했고, 박주형, 송준호, 차영석 등이 뒤를 든든하게 받쳤다.
명세터 출신의 최 감독은 허리 부상에 시달린 노재욱 세터의 안정화에도 만전을 기했다. 세터가 흔들리면 세터 교체가 아닌, 공격수 교체를 통해 세터를 살리는 묘수를 뽐내기도 했다.
최 감독은 지난 25일 우리카드전에선 2세트 중반 주포 문성민을 빼고 허수봉, 이승원 등 백업 멤버들을 대거 코트에 투입했다. 6점 차 열세에서 백업들의 경험을 쌓게 하는 모습으로 비춰졌지만 최 감독은 “노재욱의 토스 배분이 흔들려 문성민에게 보이는 토스가 많이 올라갔다. 토스 분산을 위해 그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최태웅표 배구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토탈 배구’를 지향한다. 어느 한 선수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적재적소에 자원들을 활용해 득점 분포를 다양화한다. 여기에 특유의 공감 능력까지 더해져 선수들이 소위 ‘즐기는 배구’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분명 시작은 위기였지만 최 감독은 그만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팀을 2년만의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최태웅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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