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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리틀 포레스트'요? 저 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영화에요. 하하"
배우 김태리, 과연 충무로의 '괴물 신인'답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로 성공적인 원톱 주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극 중 혜원 역할로 완벽 빙의, 일본의 인기 원작이라는 큰 산을 넘고 그만의 매력이 담긴 작은 숲을 스크린에 펼쳐냈다. 1년간 전국 각지를 누비며 4번의 크랭크인과 4번의 크랭크업을 거쳐 완성한 '리틀 포레스트'. 오랜 시간 공들여 촬영한 만큼, 이 작품을 통해 한뼘 성장한 김태리였다. 배우 김태리에게는 물론, 인간 김태리에게도 소중한 자양분으로 남았다.
오늘(28일) 마침내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혜원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면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 '아가씨'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직후 처음 선택한 시나리오가 '리틀 포레스트'였다. 촬영 기간이 무려 1년여 소요되는 작품임에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오히려 사계절 동안 촬영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천천히 가는 게 기대되고 좋았다. 작품의 완성도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임순례 감독님이 너무 '리틀 포레스트'와 잘 어울리는 분이었고, 잘 연출하실 것 같았고 또 저를 마음에 들어하셨다(웃음)."
▼ 동명의 원작이 일본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었다. '리틀 포레스트'가 원작 팬들마저 사로잡을 수 있을까.
"원작은 나도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 봤었다. 한국 정서에 맞게 표현하는 것, 제작사나 감독님 그리고 각색가 분들이 가장 고심하셨던 지점이다. 그래서 훨씬 조용하고 담담한 일본 정서를 속도감을 조금 더 내 표현됐다. 또 원작처럼 자연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영화에선 인물에 집중한다. 요리 장면들도 너무 깊이 있게 넣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혜원의 마음들, 상황들을 보여주는 매개체로써 잘 작용한다. 원작과는 굉장히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셔도 무방할 것 같다. 전혀 다른 감성이 있다."
▼ 이미 JTBC '효리네 민박', tvN '윤식당' 등 브라운관에서 힐링 콘텐츠가 많이 소비되고 있다. 그럼에도 '리틀 포레스트'를 꼭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리얼은 리얼이고 영화는 영화니까. 비슷한 코드라고 보실 수도 있지만 '리틀 포레스트'는 분명 스토리가 갖는 힘이 있다. 관객분들에게 기분 좋은 영화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영화는 판타지처럼 보일 수 있는 지점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려 하지 않고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꿈꿔보지 못한 상상하지 못했던 휴식을 보여준다."
▼ 여느 작품과 다르게 4번의 크랭크인과 크랭크업을 거친 소회는?
"많이 특별했다. 좋았던 점이야 수없이 많았다. 촬영 끝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네 번을 반복하다 보니까 출연진, 제작진 모두 점점 너무 친해졌다. 친숙해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계절마다 그 장소를 볼 수 있다는 것도 굉장한 행운이었다. 힘들었던 점은 다음 촬영까지 틈이 생기니까 연기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더라. 뭐가 더 좋아질 수 있을까 하는 잡생각이 들었다."
▼ 복잡한 머릿속과 달리 스크린 속 김태리는 혜원 그 자체였다. 어깨에 힘을 풀고 몰입했다는 게 느껴진다.
"생각을 깊이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임순례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붙잡고 고민하는 나에게 해준 말씀이다. 많은 것을 표현하고 싶더라도 오히려 덜어내는 게 효과적이라고. 관객의 몫을 뺏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고민은 깊숙이 갖고 있되,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게 보이도록 조절했다.
▼ 첫 원톱 주연인 만큼 더 고민이 많았겠다.
"혼자 촬영하는 신은 거의 다 어려웠다. 뭐가 맞는 건가 싶고 흐름이 잘 읽히지 않았다. 엄마 역의 문소리 선배나 극 중 친구들 류준열 오빠, 진기주 언니 등 누군가 옆에 있을 때가 연기하기에 좋은 것 같다."
▼ 이번에 첫 여성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간 박찬욱, 장준환 등 영화계 거장 감독님들하고 작업했는데 함께한 분들이 성별을 떠나 세상을 보는 시선이 편협하지 않은 분들이다. 임순례 감독님이 여성이라고 해서 다른 점이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그분들이라서, 자체로서 좋았던 점이 크다. '리틀 포레스트'가 기존과 달랐던 부분을 꼽자면 덜어내기의 연속이었다. 임순례 감독님과 함께하면서 과장하지 않고 연기하는 걸 배웠다."
▼ 개봉을 앞둔 심경이 남다를 것 같다.
"촬영할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그만큼 즐거웠던 현장이 없더라. 행복이라는 말이 쉽게 나온다. 감회가 새롭다. 매 작품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만들고 있다. 그래서 홍보를 하고 있는 이 순간이 더 뿌듯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이럴 때 보면 연기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인 것 같다."
▼ 혜원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참 맛깔나다. 기억에 남는 명대사는?
"고모는 고모다. 이모가 아니다(웃음)."
▼ 내레이션만으로도 큰 울림을 느끼게 했다. 농사법에 빗대어 인생 교훈을 전해 더 귀에 쏙쏙 들어왔다.
"특히 양파 아주심기 내레이션이 '리틀 포레스트'의 메시지를 잘 보여준 것 같다. '겨울을 겪은 양파는 봄에 심은 양파보다 몇 배나 달고 단단하다'라는. 각자의 고통들이 실패처럼 느껴지더라도 그 고통들을 겪고 일어났을 때 사실은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그 뜻을 제대로 전달했다. 살아온 모든 순간이 이렇지 않나 싶다. 고통이 없으면 인생이 안 굴러가는 것 같다.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인데,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모든 순간이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나."
▼ 혜원처럼 김태리만의 숲이 있다면?
"반려묘다. 그리고 우리 집에 초대해 와인 한 모금할 수 있는 친구들의 존재. 또 가끔 산에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다고 무엇인가 해결되진 않지만 생각이 맑아진다."
▼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혜원도 요리를 하면서 인정받고 싶어 하지 않느냐. 저도 산에 올라가면서 왜 이렇게 잘 타지? 뿌듯한 마음으로 탄다. 재밌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성취감도 얻고 등산은 그런 재미가 있다."
▼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자급자족 리얼 예능에 출연해도 잘 할 것 같다. 예능 욕심은 없나?
"제가 별로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전혀 없다. 예능에 출연하려면 재밌어야 하지 않느냐."
▼ 개인 SNS를 운영하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
"SNS를 한다면 난 분명 거기에 중독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안 만들었다. 하하. 잘 다루지 못하는 편임에도 수시로 들어가서 확인하는 등 매달려 있을 거다. 그런 성격인 것 같다."
▼ 혜원을 연기하면서 본인의 대학시절도 떠올랐을 것 같다.
"나도 혜원처럼 독립적인 면이 강하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카페, 햄버거 가게, 편의점 등등. 그래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장면 촬영에선 따로 배우지 않고 내가 척척 바코드를 찍었다(웃음). 가르쳐주던 스태프보다 내가 더 잘 알았다."
▼ 본인 기사의 댓글은 챙겨보는 스타일인가?
"최대한 안 보려고 하는 편이다. 전 국민의 의견이 아니지 않은가. 의견이 있어도 댓글을 쓰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의 의견은 들을 수 없고. 내 마음의 파장이 커지면 일을 하는데 지장이 생길 수 있기에 피한다."
▼ 실제 성격은 어떤가?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뭘 안 하면 불안해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못하는 것에 대해 안달복달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리틀 포레스트'는 저 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영화다(웃음). 이런 작품을 볼 수 있게 돼서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다."
▼ 주연 배우로서 흥행의 부담감이 상당할 것 같다.
"큰 비중을 맡고 있어서 그런지 부담감이 너무 크다. 영화가 흥행했으면 좋겠다. 또 이보다도 우리 영화가 기존 대작들과는 컬러가 다르지 않느냐. '리틀 포레스트'의 성공 여부가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영화계 다양성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꼭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앞으로도 이런 결이 다른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정신이 담긴 작품이다. '리틀 포레스트'가 성황리에 잘 마치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하."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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