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잠실실내체 김진성 기자] "농구가 많이 바뀌었어."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998년부터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연세대, 대우증권 코치 시절까지 더하면 지도자 생활만 25년 정도 했다. 20~25년이란 세월을 보내면서 따라온 별명이 그 유명한 '만수'다.
유 감독의 화려한 이력과 확실한 리더십, 꼼꼼한 지도력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3일 삼성전 승리로 KBL 첫 600승 돌파에 성공한 것에 이전과는 다른 한 가지 키워드가 있는 건 분명하다.
변화다. 유 감독은 경기 전 "농구가 많이 바뀌었어"라고 말했다. 현대농구의 추세는 센터를 중심으로 한 정통농구에서 가드의 2대2를 중심으로 하는 스페이싱 농구로 바뀌었다. 여전히 KBL은 빅맨의 포스트업을 중시하지만, FIBA 대회나 NBA를 보면 변화의 흐름은 뚜렷하다.
유 감독은 "예전에 내가 했던 수비가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골든스테이트 영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NBA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골든스테이트의 외곽과 스페이싱 농구에 유 감독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현대모비스도 올 시즌 공격농구를 표방했다. 멤버구성상 수비보다 공격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빠른 트랜지션으로 공격 횟수를 늘려 득점력을 높이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막상 시즌에 들어서니 부작용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구성한 마커스 블레이클리와 레이션 테리는 기복이 있다. 양동근은 확실히 하향세다. 이종현은 극적인 성장 곡선을 탔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이대성이 갑작스럽게 미국 무대 도전을 선언한 악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유 감독이 본래 구상한 농구가 들어맞고 있다. 최근 현대모비스 농구는 예전과 많이 다르다. 공교롭게도 이종현이 아킬레스건 수술로 시즌 아웃되면서 내, 외곽 스페이싱 농구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모양새다.
함지훈 중심으로 골밑이 재편됐다. 돌아온 이대성의 외곽수비력은 여전했고, 경기를 치르면서 득점력까지 올라갔다. 공간이 넓어지면서 더 많이 움직이고, 돌파와 외곽 찬스를 파생했다. 양동근도 서서히 경기력이 올라왔고, 외곽슛이 좋은 테리의 기복이 사라지면서 내, 외곽 안정감이 생겼다. 공수전환도 빨라졌고, 쉬운 찬스도 많이 만들었다. 득점력은 올라갔고, 수비력도 좋아졌다. 득실마진이 좋아지면서 3일 삼성전 직전까지 8연승. 어느덧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이 가능한 2위 싸움을 하고 있다.
유 감독은 "이제야 비 시즌에 연습했던 게 나오고 있다. 농구가 바뀌었다. 계속 빠르게 치고 나가서 찬스를 살피는 농구를 해야 한다. 종현이가 돌아와도 궁극적으로 이렇게 농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의 3일 삼성전 역시 그랬다. 엄청난 속도의 공수전환과 내, 외곽의 유기적인 볼 흐름, 가드진의 적극적인 돌파와 2대2에서 파생되는 공격으로 삼성을 눌렀다. 결국 유 감독 변화의 결실이 600승으로 이어졌다.
물론 KBL에 오랫동안 있었기에 600승으로 이어진 건 맞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의 노력, 변화 역시 인정 받아야 한다. 유 감독은 농구 철학을 바꾸면서, 현대모비스를 오랫동안 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 시즌에도 플레이오프 다크호스다.
[유재학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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