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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럴 거면 TFT(테스크포스팀)는 왜 구성했을까.
KBL은 2018-2019시즌부터 외국선수 신장 기준을 변경한다. 예정대로 200cm, 186cm 기준으로 1명씩 선발한다. 이 기준은 팬들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원하지 않는다. 구단들, 감독들에게 단신 테크니션이 팬들에게 주는 재미는 단편적인 요소일 뿐이다.
아무리 2대2에 의한 스페이싱, 빠른 트랜지션의 시대라고 하지만, 2m 이상 빅맨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2m 이상의 외국인 빅맨을 원천적으로 뽑을 수 없는데 자유계약이라는 말 자체가 넌센스다.
김영기 총재의 뜻대로 단신 테크니션들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변함 없이 언더사이즈 빅맨들도 유입될 것이다. 오히려 언더사이즈 빅맨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몸값 흥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명 합계 70만 달러를 맞춰야 한다.
단신 테크니션을 구하기는 쉽다. 하지만, 대거 유입되면 국내 가드들은 급격히 위축될 게 자명하다. 즉, 기존 외국선수 시장에선 2m 내외의 토종 빅맨들이 위축됐다면, 바뀐 제도에선 반대로 토종 가드들의 출전시간이 줄어든다. 빅맨들도 국제대회서 2m 이상 선수들을 만나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KBL은 2018-2019시즌에 부작용이 발생하면, 추후 다시 변경할 여지도 뒀다. 점진적으로 외국선수 활용폭을 좁히는 것도 합의했다. 하지만, 7월1일자로 현대모비스가 총재사가 돼도 그 다음시즌에 어떻게 수정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두 시즌 연속 외국선수제도가 수정되면 현장의 극심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갖고 있는 전력을 극대화하기 어렵고, 최상의 경기력을 관람할 수 없는 팬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KBL 수뇌부의 이번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장의 반발은 엄청나다. A 지도자는 "결국 라틀리프 때문 아니냐. 라틀리프보다 키 큰 외국선수가 와서 잘하면 안 되니까. 라틀리프가 제일 잘해서 국가대표도 가야하고. 거기에 맞추려고 2m 이하로 정한 것이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B 지도자는 "김영기 총재의 '득점력 상승=만족도 상승'라는 신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 팀 메인 옵션이 2m 내외 외국선수들이고, 그 선수들 활약으로 팀들의 득점력이 올라갔다. 단신 외국 테크니션들이 KBL에 흥미를 준 건 조 잭슨이나 안드레 에밋, 키퍼 사익스 정도다. 대부분 실패했다. 그리고 득점력이 올라갔다고 사람들이 KBL을 좋아하나. 요즘 프로농구 경기장 한번 봐라. 대부분 경기장이 썰렁하다"라고 말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건 신장제한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이 비정상적이었다는 점이다. 알려진 대로 2m, 186cm 이하 기준은 작년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김영기 총재와 단장들의 연수에서 김 총재가 직접 낸 아이디어다. 이게 슬그머니 이사회의 뜻이 됐고, 1년이 지나 완전히 통과됐다.
물론 이 과정에서 김 총재는 실무진(각 구단 사무국장, KBL 직원들)의 TFT 구성을 용인했다. 외국선수, 숙소폐지 등 많은 TFT가 있었다. 확인결과 외국선수 TFT는 수도권 두 구단, 지방 두 구단, 총 4개구단 사무국장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경기력, 리그 흥행, 구단 예산, 한국농구 발전 등 다양한 관점을 모두 고려, 자유계약제에서 실시할 수 있는 최적의 외국선수 선발, 활용, 관리방법을 짜냈다. 현장 지도자들의 의견도 포함했다. 외국선수 TFT에 속한 C사무국장은 "2~3차례 길게 만나 회의를 했다"라고 밝혔다.
외국선수 TFT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외국선수들의 급여, 재계약 기준, 신장측정, 최초 선발방식, 교체/대체(가승인), 기타사항 등의 세부 항목을 설정하고 최적의 방안을 마련했다. 이후 10개 구단 사무국장 회의서 통과시켰다. 이사회에도 안건으로 올렸다.
하지만, 이사회서 김 총재는 TFT, 사무국장 회의 결과를 대부분 반영하지 않고 작년 5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신이 낸 아이디어대로 밀어붙였다. 이럴 거면 왜 TFT를 구성했고, 왜 사무국장들이 밥 먹을 시간까지 놓쳐가며 마라톤 회의를 했는지 모르겠다. D사무국장은 "허무하다"라고 말했다.
무조건 TFT의 뜻대로 하라는 게 아니다. 실무진과 수뇌부의 건전하고 치열한 토론이 없었다는 게 문제다. KBL은 중요한 안건일수록 사무국장 회의서 나온 의견이 이사회에 반영이 되는 빈도가 낮다는게 현장의 지적이다.
결국 이사회가 문제다. 사무국장 회의와는 달리 녹취본도 남기지 않는다. 회의록은 당연히 공개되지 않는다. 이러니 이사회서 10개 구단 단장들과 김 총재가 무슨 얘기를 어떻게 나눴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사외이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딱 밀실행정이 일어나기 좋은 구조다.
E 관계자는 "단장들은 대부분 모기업 출신이다. 자기구단 이익만 신경 쓰지 KBL 발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1~2년 있다가 물러나면 그만이다. 연맹 수뇌부와 굳이 팽팽하게 맞설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김 총재가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6월을 끝으로 물러난다. 7월 1일부터는 현대모비스에서 새 총재가 온다. 김 총재는 다음시즌에는 KBL에 관여하지도 않는데도 끝내 자신의 뜻대로 제도를 바꾸고 떠난다. 대단한 욕심이다. 아무도 못 말린다. 지난 3년간 KBL 행정이 그랬다.
외국선수 2m, 186cm 신장제한. 결과도 우려되고, 과정은 최악이었다. 한국사회가 지향하는 과정의 정당성, 투명성이 KBL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다음시즌에 KBL에 올 수 없는 버논 맥클린과 로드 벤슨(위), 김영기 총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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