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파란만장했다.
작년 여름이었다. 이상범 감독을 원주에서 만났다. 이 감독은 대뜸 두경민을 두고 "쟤가 에이스야"라고 말했다. 솔직히 "이게 뭐지" 싶었다. 그때까지 기자가 알던 두경민은 '에너지는 넘치지만, 간혹 주체하지 못해 내실이 떨어질 때가 있다' 정도였다.
올 시즌 두경민을 지켜보며 딱히 스타일이 달라졌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공을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코트에서의 움직임이 간결해진 건 사실이다. 특유의 공격 성향에 동료를 돕는 능력도 좋아졌다.
이 감독은 두경민과 버튼을 중심으로 업템포 농구를 하려고 했다. 대부분 선수의 경험, 기술이 떨어지는 리빌딩 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두경민을 에이스로 키워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두경민은 시즌 내내 이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상대 코트로 치고 들어간 뒤 스크린 한 번에 수비수가 대응하지 못하면 곧바로 슛을 던졌다. 패스 1~2번 이후 다시 자신이 조그마한 틈을 잡아도 마찬가지로 슛을 던졌다. 원 드리블 점퍼와 뱅크슛, 기습적인 드라이브 인을 그 누구도 막지 못했다.
이 감독의 철저한 믿음과 관리 속에 두경민은 에이스로 성장했고, 디온테 버튼의 클러치능력까지 더해지면서 DB도 승승장구했다. 위기는 없는 듯했다. 허재 감독도 두경민을 국가대표팀에 선발,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그 시기를 기점으로 잡음이 일어났다. 2월 7일 전자랜드전 직후 팀 미팅에서 동료들과 리뷰를 하다 의견이 충돌했다. 그리고 10일 현대모비스전서 19분 동안 슛 시도를 단 1회만 하며 1득점에 그쳤다.
이 감독은 두경민의 현대모비스전 행위를 '태업'으로 해석했다. 4경기 연속 결장시켰다. 당시 팀이 연패를 타고 있었지만, 이 감독은 자신이 정한 원칙을 절대로 바꾸지 않았다. '팀 보다 나은 개인은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결국 두경민이 국가대표팀 합류 직전 선수단에 사과했고, 선수단은 두경민을 받아주기로 했다. 이 감독도 3월 1일 KCC전에 두경민을 내세웠다. 두경민은 그날 경기 직후 기자를 만나 현대모비스전 태업을 인정했고, 다시 한번 팬들에게 사과했다.
이후 공교롭게도 버튼이 주춤하면서 두경민과의 관계가 풀리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버튼이 장기레이스 경험이 처음이라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버튼은 장염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감독은 두경민의 시즌 중 결혼에 대해서도 "사생활은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에는 원칙과 믿음을 확인한 두경민이 보여줄 차례였다. 6일 현대모비스전과 8일 KGC전, 10일 SK전서 제 몫을 하며 6년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경희대 시절 이후 프로에서 처음으로 맛본 우승이었다.
두경민은 파란만장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군 입대 전 마지막 시즌. 두경민은 선수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 감독은 "그래도 에이스는 에이스다. 경민이가 성숙해질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두경민은 플레이오프서도 다시 한번 드라마를 써 내려간다.
[두경민. 사진 = 원주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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