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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원주 김진성 기자] "퇴출됐을 거야."
궁금했다. 만약 디온테 버튼이 DB에서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뛰었다면. 이상범 감독은 "퇴출됐을 거야"라고 말했다. 이 감독도 웃었다. 작년 여름 외국선수 드래프트를 하기 전 "언더사이즈 빅맨 2명으로 가겠다"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1라운드 2순위 버튼을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작년 9월 일본 전지훈련 연습경기서 4~5번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버튼과의 면담을 통해 그를 1~2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버튼이 이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 4~5번 역할과 외곽플레이를 겸하게 해달라고 했다는 건 시즌 초반 수 차례 보도됐다. 그는 "감독님이 외곽플레이 요청을 받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선수는 감독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 감독님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골밑에서만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버튼이 외곽에서도 했으면 한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많이 됐다. 두경민을 에이스로 설정했는데, 버튼과 겹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실제 전지훈련서 1~2번으로 쓰니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 멤버, 저 멤버를 두루 써보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았다"라고 돌아봤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이 버튼의 요청을 받아들인 건 대성공이었다. 그는 "버튼이 언더사이즈 빅맨으로만 뛰었다면 시즌 초반에 퇴출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버튼의 신장은 192cm다. 4~5번을 보기에 많이 작다. 이 감독은 "버튼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골밑에서의 기술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신장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외곽슛이 정교한 스타일도 아니다"라고 돌아봤다. 실제 버튼은 폭발적인 클러치 능력을 보유했지만, 골밑에서의 공격기술이 정교한 건 아니다.
이 에피소드의 결론은 편견의 위험성이다. 개막 이후 버튼이 맹활약할 때, 대다수 농구관계자는 "버튼이 DB가 아닌 다른 팀에 갔다면 언더사이즈 빅맨으로만 뛰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버튼은 그저 그런 언더사이즈 빅맨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편견을 걷어내고 버튼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이 감독은 "결과론이다. 나 역시 운이 좋은 것이다"라면서도 "결국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니까 능률이 오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라고 말했다.
'편견의 위험성'은 버튼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이 감독은 "감독이 훈련할 때 선수들을 파악하다 보면 편견이 생기게 돼 있다. 이 선수는 이게 안 되고, 저 선수는 저게 안 된다고 하는데, 막상 써보면 또 그게 아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니까 결국 되더라. 나 역시 깜짝 놀란 적이 많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DB 대부분 국내선수에게 적용되는 부분이다. 김태홍과 서민수가 올 시즌 DB 중요 롤 플레이어로 자리잡을 줄 누가 알았을까. 이 감독이 편견을 깨고 기회를 줬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또 다른 선수들을 기용, 그 선수들의 장점으로 메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로테이션이 이뤄졌고, DB만의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승승장구했다. 결국 정규시즌 우승 문턱까지 왔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개개인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는 걸 간과하면 안 된다. 버튼은 외곽슛 적중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기가 없는 날 꾸준히 야간에 슛 연습을 했다. 두경민은 "외국선수가 야간 훈련에 꼬박꼬박 참가하는 걸 처음 봤다. 버튼은 매일 야간에 슛 연습을 했다"라고 말했다.
DB 국내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홈 경기 취재를 할 때 경기 2~3시간 전 원주에 도착하면 김성철 코치의 도움으로 슛 연습을 하는 국내 선수들이 꼭 있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감독과 코치가 편견을 걷어내고 믿음을 주자 선수들이 알아서 보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돌이켜보면 시즌 전 이 감독과 버튼의 면담이 올 시즌 DB는 물론 프로농구판의 많은 걸 뒤흔들어놓았다. 편견이 이렇게 무섭다.
[버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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