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7라운드 비디오(영상)를 보고 개개인 분석자료까지 가져왔다."
모니크 커리는 KB 메인 외국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팀 내 비중은 어지간한 간판급이다. WKBL 외국선수 구성상 3쿼터에 10분 내내 뛸 수 있다. 심성영을 대신해 1번으로 뛰면서 공수에서 많은 역할을 한다.
공수에서 어떤 매치업 상대를 만나도 주눅들지 않는다. 안정적인 기본기, 화려한 기술을 겸비했다. WKBL서 수년간 살아남은 원동력이다. KB가 정규시즌 6~7라운드서 우리은행을 잡은 건 3쿼터에 커리가 박혜진을 꽁꽁 틀어막은 게 결정적이었다.
상대적으로 심성영에게 떨어지는 경기운영을 보완하면서, 심성영의 체력을 안배한다. 커리가 볼을 운반하면서 박지수, 다미리스 단타스와 실시하는 2대2는 KB의 또 다른 위력적인 무기다. 꼭 1, 3~4쿼터가 아니더라도 박지수, 단타스 트윈타워 운영이 여의치 않을 때 조커로 활용 가능하다. 1대1 옵션이라는 무기도 있다.
커리의 약점은 감정 컨트롤이다. 과거 KB는 물론 삼성생명, 신한은행, 우리은행을 거치면서도 항상 문제였다. 심판의 판정과 경기 흐름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 평정심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커리가 핵심 전력이기 때문에,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고 팀 공수 밸런스를 무너뜨리면 경기 흐름이 상대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올 시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커리의 평정심 상실로 KB가 고생한 케이스도 있었다.
11일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도 순간적으로 자제력을 잃었다. 3쿼터 1분28초전 매치업 상대 김단비와 함께 더블테크니컬파울을 받았다. 이전부터 볼 없는 지역에서 몸 싸움이 치열했다. 다만, 테크니컬파울 당시 커리가 김단비를 상대로 드리블을 하고 있었고, 최초 김단비에게 파울이 지적됐다. 이후 서로 팔을 뿌리치고 판정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졌고, 커리도 심판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물론 판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스코어도 KB가 20점 앞섰다. 이때 다리미스 단타스와 강아정이 커리를 달랬고, 커리도 경기에 집중했다. 보이지 않는, 좋은 케미스트리였다. KB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박빙 승부, 경기 막판에 커리가 판정에 흥분했다면 경기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이 부분은 KB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더라도 일종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전 팀에서도, 올 시즌 KB에서도 커리의 흥분에 대해 주위에서 하는 말이 있다.
강아정은 "커리 언니가 승부욕이 너무 강해서 그렇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예전에는 몰랐는데, 이젠 알 것 같다. 그 언니만큼 볼에 대한 집착, 승부욕, 열정을 갖고 있는 선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승리에 대한 욕심이 너무 크다 보니 때때로 좋지 않은 결과가 표출될 때가 있다. 하지만, 마인드만큼은 지극히 프로패셔널하다.
WKBL 정상급 포워드 강아정조차 "몇 년 지나다 보니 그런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커리 언니가 1차전을 앞두고 비디오 미팅을 할 때 신한은행과의 7라운드까지의 맞대결을 다 보고 개개인의 분석자료까지 선수들에게 나눠줄 정도였다"라고 덧붙였다.
농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커리가 세계 최고라는 게 강아정의 설명이다. 어떻게 보면 때때로 경기에 대한 응집력이 떨어지는 일부 국내선수들이 커리의 마인드를 배울 필요가 있다. 이런 선수가 많은 팀은 객관적 전력 이상의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선수가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 상대팀의 자료까지 나눠주는 건 흔치 않은 케이스다.
커리는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WKBL에서 우승의 맛을 한 차례 봐서인지 KB에서도 우승욕심이 대단한 듯하다. 시즌 내내 인터뷰를 통해 박지수를 극찬했고, WNBA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NBA에서도 정상급 기량 갖춘 커리로선 직감적으로 KB가 우승을 해야 하는 시즌이라는 걸 아는 듯하다. 그러니 특유의 승부욕이 더욱 발동한다고 봐야 한다.
KB의 최종순위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커리의 승부욕이 실전서 어떻게 표출되느냐는 이번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강타할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커리.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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