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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박해진이 또다시 '유정 선배'로 돌아왔다. 순끼 작가의 인기 웹툰 '치즈인더트랩'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에 이어 영화까지 출연한 것. 연속된 시리즈물이 아닌 이상 똑같은 캐릭터를 두 번이나 맡는다는 건 정말 흔치 않은 경우다. 물론, 박해진이 아닌 유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웹툰의 서사가 방대한 만큼 유정을 16부작으로 풀었을 때도 아쉬움이 있었어요. 이번엔 드라마에서 미처 보여드리지 못했던 걸 담기 위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과연 영화로는 복잡 미묘한 유정 캐릭터를 풀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있었지만 주요 포인트를 집어내 보여준 것 같아요."
영화 '치즈인더트랩'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이 엿보였다. 박해진은 "드라마의 아쉬움이 영화로 100% 채워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될 것 같다"라며 "드라마가 간접적으로 연출해 여지를 많이 줬다면 영화는 직접적으로 다룬다. 스릴러 장르를 좀 더 부각했다"라고 차별점을 밝혔다.
그렇다면 원작자 순끼의 반응은 어떨까. 이에 대해 묻자 박해진은 "아직 피드백을 못 받았다. 워낙에 숨어 계셔서 작업해 지금까지도 직접 뵌 적은 없다. 대개 작가님들의 성향이 그러신 것 같다. 회사를 통해 소통한다"라고 말했다.
박해진 역시 웹툰 애독자 중 한 명으로서 원작팬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원작의 가치를 높이 사며, 실사화에 임하는 그의 태도는 무척이나 신중했다. 박해진은 연신 "원작의 힘"을 강조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웹툰 '치즈인더트랩'을 영화나 드라마라는 매체로 전체를 다 담을 수 있다고는 말을 못 하겠어요. '치즈인더트랩'은 인간 군상을 그린, 심리전이거든요. 그래서 웹드라마 형식으로 쫙 풀어서 보여주고 싶기도 해요. 이렇게 축약해서 말고 이 매력 있는 소스들을 전부 실사화시키고 싶은 바람이에요. 직접 출연하진 않겠지만 말이에요(웃음)."
그러나 본심은 달랐다. 여전히 유정을 떠나보내지 못한 박해진이었다. 그는 "만약 웹드라마가 나온다면 어떤 후배가 유정을 맡았으면 하는가"라는 질문에 "유정 역할은 마냥 잘생기기만 해선 안 되고 멍뭉미도 있어야 한다. 요즘 멋진 후배들이 많은데, 안 주고 싶다"라고 털어놔 폭소를 유발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유정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박해진은 "나랑 비슷하다. 나 역시 평소에 살갑고 따뜻한 편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낯을 가리기도 하고 쉬워 보이고 싶지 않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실제로는 쉬운 성격이라서 그런 면을 숨기는 게 쉽지가 않네요(웃음). 사람들은 유정을 보고 이중적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굉장히 단순한 인물이에요. 우리도 어디 가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잖아요. 과연 유정에게 잣대를 들이밀어 이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의문이에요. 그에 반해 오히려 유정이 굉장히 솔직하다고 봐요."
그러면서 박해진은 "올해 내가 서른여섯이다. 이 나이에 대학생 유정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에 불편한 지점이 분명 있었다. 보시는 분들도 와닿지 않을 수 있을 텐데 부디 캐릭터 유정으로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양해(?)를 구해 웃음을 자아냈다.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의 연하남 타이틀을 벗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어요. 전 10년 가까이 '연하남'이었죠. 하하. '아직 나는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열심히 걸어왔어요. 이제 앞으로 '유정 선배' 타이틀을 벗어야 할 텐데 또 부단히 노력할 거예요."
[사진 = 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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