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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반독과점 영대위가 영화 '치즈인더트랩'(감독 김제영 배급 리틀빅픽처스)의 CGV 단독개봉을 비판했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 측은 15일 "한국 상업영화가 대기업 멀티플렉스에서 단독 개봉한 것은 '치즈인더트랩'이 처음이다. 우리는 이번 단독 개봉이 대기업 멀티플렉스 3사 중심으로 독과점화 되어 있는 영화시장에 더 심한 경쟁을 불러오고, 그 결과 영화시장의 상황을 더 불공정한 쪽으로 고착화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라고 발표했다.
지난 2월 12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상영시장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기업 멀티플렉스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영대위 측은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큰 CGV의 50% 대 점유율을 비롯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합한 3사의 시장점유율은 96~97% 쯤으로 가히 절대적이다. 이러한 독과점 상황에서 배급사들은 대기업 멀티플렉스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으며, 영화의 흥행도 멀티플렉스 사업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또 '치즈인더트랩'의 단독 개봉에 대해 "단편적으로는 비용 절감에 따른 수익 증가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멀티플렉스 간의 과당경쟁과 배급사 줄 세우기가 생기면서, 대기업 멀티플렉스에 속하지 않은 독립 극장과 독립 예술영화관들이 작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과적으로 관객의 영화 선택권과 문화 향유권이 훼손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라며 "단독 개봉 방식은 영화산업계의 약자들이 자신의 위상과 힘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뿐"이라고 일갈했다.
▼ 이하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 입장
한국영화 '치즈인더트랩'의 CGV 단독 개봉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3월 14일, 영화 '치즈인더트랩'(배급 리틀빅픽쳐스 / 제작 마운트무브먼트스토리)이 CJ CGV에서 단독 개봉했다. 그간 재개봉영화, 수입 예술영화, 저예산 한국영화 등이 대기업 멀티플렉스와 결합해 단독 개봉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고, 최근에는 상업적 영향력이 있는 외화의 단독 개봉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제법 규모 있는 예산이 투입되고 시장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상업영화가 대기업 멀티플렉스에서 단독 개봉한 것은 '치즈인더트랩'이 처음이다. 우리는 이번 단독 개봉이 대기업 멀티플렉스 3사 중심으로 독과점화 되어 있는 영화시장에 더 심한 경쟁을 불러오고, 그 결과 영화시장의 상황을 더 불공정한 쪽으로 고착화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지난 2월 12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상영시장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중앙일보) 등 대기업 멀티플렉스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큰 CGV의 50% 대 점유율을 비롯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합한 3사의 시장점유율은 96~97% 쯤으로 가히 절대적이다. 이러한 독과점 상황에서 배급사들은 대기업 멀티플렉스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으며, 영화의 흥행도 멀티플렉스 사업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영화 배급을 아예 특정 멀티플렉스 사업자에게 의존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규모 있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도 멀티플렉스 단독 개봉의 예외가 아닌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2017년 8월 18일 개봉한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배급 더콘텐츠온,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수입 조이앤시네마)는 무려 3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흥행 1억7천여만 달러를 기록한 흥행작이다. 이 영화는 같은 해 8월 30일 한국에서도 개봉되어 7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이 성적은 오직 CGV 단독 개봉만으로 만들어낸 것인데, 시장점유율 50%의 독점사업자는 단독 개봉만으로 박스오피스 1위의 흥행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산업 관계자들에게 확실히 보여줬다. 올해 2월 22일 개봉해 3주간 다양성영화 부문 흥행 1위를 기록한 '월요일이 사라졌다'(배급 스마일이엔티 / 수입 퍼스트런) 역시 CGV가 단독 개봉한 작품이다.
단독 개봉이 단편적으로는 비용 절감에 따른 수익 증가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멀티플렉스 간의 과당경쟁과 ‘배급사 줄 세우기’가 생기면서, 대기업 멀티플렉스에 속하지 않은 독립 극장과 독립 예술영화관들이 작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과적으로 관객의 영화 선택권과 문화 향유권이 훼손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멀티플렉스 3사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커질 것이며 중소 배급사와 제작사 그리고 수입사의 설자리는 그만큼 더 좁아질 것이다. 따라서, 멀티플렉스 3사가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영화 상영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내버려둔 채 선택하는 단독 개봉 방식은 영화산업계의 약자들이 자신의 위상과 힘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마케팅 비용도 줄이고 흥행에도 성공하려는 제작사나 배급사의 입장과 수익률을 위하여 단독 개봉의 수와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CGV 등 대기업들의 이해가 맞물려 단독 개봉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기야, 시장 영향력이 있는 한국 상업영화로서는 처음으로 '치즈인더트랩'이 CJ CGV에서 단독 개봉을 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 '치즈인더트랩'의 단독 개봉에 대해 크게 우려하며, 이런 결정을 내린 당사자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
우리는 영화 '치즈인더트랩'의 배급사가 리틀빅픽쳐스라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지난 2013년 10월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포함, 영화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명필름, 삼거리픽쳐스, 영화사청어람, 주피터필름, 더컨텐츠콤 등 총 10개 회사가 주주로 참여하여 "한국영화 산업의 불합리한 환경을 개선하고 공정한 영화 시장을 조성하기 위하여" 리틀빅픽쳐스를 설립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배급사가, 시장에 대한 파급력이 상당히 큰 한국 상업영화 최초의 대기업 멀티플렉스 단독개봉을 통해서,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문제적 양상을 야기하는 선택을 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몹시 안타깝고 허탈하다. 물론, '치즈인더트랩' 이전에 있었던 여러 단독 개봉 사례의 당사자들은 문제를 야기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심지어, 단독 개봉을 선택하는 환경적 요인이 되는 영화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모두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해결책을 찾아서 문제를 풀 것인가? 모든 것은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영화산업 독과점에 따른 폐해와 불공정한 관행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한국 영화산업의 주체들이 공존공생의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기업 배급사와 상영관의 수직계열화를 해소하는 방안, 특정 영화가 점유할 수 있는 스크린 수나 상영회수를 제한하는 방안 등의 핵심 해법을 제도화하기 위해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또 다른 단독 개봉 사례가 나오는 상황을 막고, 기왕 벌어진 문제적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하는 그나마 다행인 영화계 공동의 반성에 기초한 대응책이 될 것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한국영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지금 현재의 영화산업 종사자는 물론이고 영화로 새로운 꿈을 꾸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우리 반독과점 영대위는 이런 절실함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지속가능한 영화 생태계 만들기를 위해 새로운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임을 굳게 다짐한다.
[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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