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바람바람바람’, 철없는 어른들의 배꼽 잡는 코믹 롤러코스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은 바람 예찬론자다. 반면 석근 여동생 미영(송지효)의 남편 봉수(신하균)는 바른생활 사나이다. 어느날 석근이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 제니(이엘)와 만나는 자리에 봉수가 끼어들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흐른다.

이병헌 감독의 ‘바람바람바람’은 철없고 외로운 어른들을 위한 B급 충만 코믹 롤러코스터이다. 체코 영화를 새롭게 각색한 이 영화는 청춘영화 ‘스물’에서 만개했던 감독 특유의 찰진 대사와 상황 개그가 절묘하게 녹아들어 전작 못지않은 폭소를 선사한다.

바람을 세 번이나 반복적으로 쓴 이유는 바람의 연쇄작용이 일으키는 파장을 코미디 장르 안에 담아내기 위해서다. 석근의 바람기가 제니를 통해 자연스레 봉수에게 옮겨가는 과정에서 포복절도의 웃음 퍼레이드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아내 미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이 집 저 집을 도둑 고양이처럼 드나드는 신하균의 몸개그는 후반부 호텔 레스토랑에서 절정에 달한다. ‘스물’의 소소반점 액션신에서도 알 수 있듯, 이병헌 감독은 각자 다른 목적을 갖고 한 장소에 모인 인물들의 좌충우돌을 능수능란하게 담아낸다.

이성민은 ‘바람 전도사’를 자처하다 뒤통수를 맞는 캐릭터를 능글맞게 소화했다. 집에서 쫓겨나 여동생 집 앞에서 처량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라. 한때 ‘장진 사단’의 핵심이었던 신하균은 코미디 연기는 결국 리액션이라는 사실을 온 몸으로 증명한다. 이엘은 섹시한 매력으로 두 인물을 뒤흔든다.

마라톤을 뛰던 할아버지들이 바람의 현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천진난만한 소년이 신하균을 키득키득 거리며 쫓아가는 대목은 불륜에 대한 이 영화의 시선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성민과 신하균의 표정 속에 이 영화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바람바람바람’은 불륜을 미화하는 영화가 아니라 헛된 욕망에 경고를 날리는 영화다.

[사진 제공 = NEW]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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