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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7년의 밤' 통해 식상함 떨쳐냈어요."
배우 장동건이 영화 '7년의 밤'에서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동명의 원작 속 사이코패스적인 오영제 캐릭터를 스크린에 펼쳐냈다. 최현수(류승룡)로 인해 딸(이레)을 잃고, 잔혹하게 복수를 계획하는 인물이다. 세령마을을 장악하는 대지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야 직성에 풀리는 섬뜩하고 극악무도한 캐릭터. 기존의 부성애를 비트는 쉽지 않은 역할을 완벽 소화, 전에 없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장동건을 만나 작품과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어려운 도전을 끝마친 소감을 물었다.
장동건은 "여한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해봤다. 만족한다"라고 깊은 만족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나 '7년의 밤'은 그의 슬럼프를 극복시켜준 작품이기에 만족감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동건은 "사실 '7년의 밤' 그 이전까지는 내가 나한테 식상해져 있었다"라고 배우로서 고민을 털어놨다.
"저 스스로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과연 내가 새로운 걸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해봐도 답이 잘 안 떠오르더라고요. 그런데 '7년의 밤'을 만나면서 다시 새로움을 찾을 수 있게 됐어요."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변신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장동건 역시도 원작팬 중 한 명으로서 원작의 매력에 이끌려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 '7년의 밤'은 '영화화가 가장 기대되는 소설 1위' 타이틀에 빛나는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다.
"원작을 읽고 영화화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그 소식을 들은 거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류승룡 씨가 캐스팅 됐다는 얘길 접하고 팬으로서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하던 찰나에 저한테도 섭외가 왔어요. 책을 읽었을 때도 오영제에게 끌렸었는데 다행히 제가 그 역할을 맡게 됐네요(웃음). 감회가 무척 새로웠어요."
장동건은 "변신으로 인한 파급력? 그런 걸 의식할 겨를이 없었다"라며 "막상 추창민 감독님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돌입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라며 작품에 임하는 진중한 태도를 엿보게 했다.
"제가 원작을 보고 생각했던 오영제는 굉장히 샤프하고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추 감독님은 다르게 해석하셨더라고요."
기존 작품들 속 사이코패스와는 결을 달리하며 보다 입체적이게 표현했다. 장동건은 "사이코패스라는 걸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물론, 오영제의 복수가 딸을 지독히 사랑하는 아빠의 행동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고. 그랬으면 너무 쉽지 않은가. 내 마음속으로 내린 결론은 오영제가 자신이 설계한 세계가 있는데, 그걸 침범한 최현수를 파괴자라고 느끼고 응징한다는 것이었다. 또 그릇된 부성애이긴 하지만 오영제도 나름의 방식대로 가족을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느끼면서 연기했다"라고 전했다.
감정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비주얼 변화도 감행, 감탄을 자아낸다. 스크린에 '조각 미남' 장동건은 없었다. 머리를 밀고, 나이가 들어 보이도록 분장을 하며 오영제라는 캐릭터의 색깔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외적인 변신은 문제도 아니었다. '못생김'과 '잘생김'을 구분 짓는 건 그에겐 무의미했다.
"오영제의 외적인 면에 대해 살을 찌우자는 아이디어도 있었고 산속 사냥꾼 이미지처럼 모피를 착용하자는 얘기까지 나왔었어요. 하하. 그렇게 많은 의견이 오가다가 지금의 'M'자 탈모 머리로 결정된 것이지요. 감독님이 제안하셨는데 처음엔 농담하시는 줄 알았어요. 거울 속 제 모습이 낯설어 보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계속 보니까 그럴싸하게 역할과 어울리는 느낌이라서 괜찮겠더라고요. 그 머리로 9개월 정도 있으니까 나중엔 그 모습이 진짜 저 같았어요(웃음)."
부상 투혼도 발휘하며 혼신의 열연을 펼친 장동건이다. 그는 "액션 촬영 중 난간에 부딪혀 귀에 부상을 당했다. 연골이 찢어졌더라"라고 덤덤하게 밝혔다.
장동건은 "40바늘 꿰맸는데 의사 선생님이 신경 써준다고 촘촘하게 해서 많이 꿰맨 것 같다"라며 "이런 부상이 차라리 났다. 아무래도 나이 때문에 허리나 골반을 다치면 후유증이 크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추창민 감독에게 경외심을 표하기도. 추창민 감독은 지난 2012년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이후 6년 만에 '7년의 밤'으로 컴백했다.
장동건은 "감독님은 진짜 작품밖에 모르신다. 현장에서도 그렇고, 촬영장 밖에서도 그렇더라.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욕심, 열의가 대단하시다. 경외감이 들 정도다. 추창민 감독님이 정말 좋은 평을 들었으면 좋겠다"라며 "그래서 내가 잘했는지 평가받는 걸 떠나, 솔직한 심정은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좋겠다. 추창민 감독님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찍은 작품이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7년의 밤'은 무거운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영화에요. 유쾌한 영화는 아니지만 우린 일부러 공포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잖아요. 즐겁고 좋은 작품임을 떠나서 영화로서 관객에게 주는 카타르시스가 분명 있는 그런 작품이랍니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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