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해야 하는 걸 ‘가상의 스웨덴’ 북아일랜드가 보여줬다. 이들은 선제골을 내주고도 세트피스와 후방에서 전방으로 한 번에 나가는 역습으로 잔뜩 움츠렸다 묵직한 한 방을 휘두르며 승리를 가져갔다. 바로 한국이 러시아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4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크의 원저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한국은 전반 7분 권창훈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이후 두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북아일랜드와 평가전은 오는 6월 러시아에서 개막하는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첫 상대인 스웨덴을 겨냥한 일종의 모의고사였다.
스웨덴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 세계적인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은퇴했지만 오히려 스타들이 즐비하던 과거보다 조직적으로 더 탄탄한 팀으로 변모했다.
때문에 스웨덴전은 한국이 수비에 무게를 두고 상대 공격을 끊어낸 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 권창훈(디종) 등 발 빠른 공격수들의 이선 침투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뒷공간 커버가 느린 스웨덴의 뒷공간을 공략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비단 스웨덴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볼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멕시코와 ‘우승 후보’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한국은 잔뜩 움츠렸다가 상대가 방심한 틈을 역으로 이용해 한 방을 노려야 한다.
헌데, 북아일랜드전은 한국이 높은 볼 점유율로 경기를 주도한 경기를 했다. 이는 점유율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 북아일랜드 축구의 특징 때문이다. 여기에 평균 패스성공률이 90%을 훌쩍 넘는 기성용이 중원을 이끌면서 한국이 주도하는 경기가 펼쳐졌다.
문제는 그로 인해 한국이 4-4-2 포메이션에서 준비한 역습 축구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주호의 기막힌 로빙 패스와 권창훈의 영리한 침투로 선제골을 뽑아냈지만 이후에는 기회를 낭비하면서 오히려 북아일랜드에게 두 방을 얻어맞았다.
무엇보다 실점 장면에서는 한국이 해야 할 걸 북아일랜드가 보여준 꼴이 됐다. 세트피스는 전력이 약한 팀이 강팀의 허점을 노릴 때 쓰는 대표적인 무기다. 그런데 한국은 북아일랜드의 계획된 세트피스에 완전히 농락당했다.
경기 막판 역전골도 마찬가지다. 북아일랜드가 후방에서 길게 연결한 단순한 롱볼이 한 두 번의 바운드로 한국 페널티박스 안까지 연결됐고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공격수를 놓치면서 실점했다. 잇따른 교체로 수비 조직이 흔들린 탓도 있지만 그것이 핑계가 되어선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북아일랜드가 ‘가상의 스웨덴’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본선에서 만날 스웨덴은 북아일랜드처럼 점유율을 포기하기 극단적으로 내려서는 팀이 아니다. 비슷한 점이라면 높이와 힘 밖에 없다. 경기 운영에서는 한국이 가상으로 대처할 만한 상대는 분명 아니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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