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안녕하세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님.
어린 시절 감독님의 ‘인디아나 존스’를 극장에서 보고 팬이 됐습니다. 이토록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스펙터클하게 구현하는 연출력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뒤늦게 ‘ET’를 찾아보고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마다 달의 뒤편에 가고픈 상상에 빠졌죠. ‘죠스’의 음산한 배경음악이 귓가에 맴돌 땐 잠을 설쳤고요. ‘쥬라기공원’의 T-렉스는 어찌나 무서웠던지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미래사회는 섬뜩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쉰들러 리스트’의 희생정신과 ‘스파이 브릿지’ ‘더 포스트’의 자유를 향한 갈망은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감독님이 SF ‘레디 플레이어 원’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저를 비롯한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했던 감독님이 추억의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어떤 신세계를 펼쳐낼지 궁금했거든요.
과연 감독님은 영화팬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꿰뚫고 계셨습니다. 주인공이 가상현실 세계로 들어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세 가지 임무를 수행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 영화팬이 좋아하는 아이콘을 듬뿍 담아내셨더군요.
‘빽 투더 퓨처’의 드로이안, ‘아키라’에 등장했던 카네다의 바이크, ‘매드맥스’의 인터셉터, ‘스피드 레이서’의 마하 5, 1959년 플라이마우스 퓨리 크리스틴, ‘A 특공대’의 승합차, ‘폴 포지션’의 F1 레이서와 1966년 배트모빌이 뉴욕 시내를 질주하는 장면에서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높은 빌딩에서 내려온 킹콩이 포효하고, T-렉스가 성큼성큼 달릴 땐 환호성을 터뜨리는 관객도 있었습니다.
감독님은 스탠릭 큐브릭 감독에게서 넘어온 프로젝트 ‘에이 아이’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었죠. 그런 인연을 알고 있던 터라 ‘샤이닝’을 극중 중요한 플롯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 1단계 미션에서 ‘샤이닝’의 명장면을 오마주하며 영화의 흥미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천재적 감각에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공포영화의 아이콘 처키, ‘스트리트 파이터’의 춘리, '오버워치'의 트레이서, ‘반지의 제왕’의 건달프, ‘배트맨’의 배트맨과 조커, ‘스타워즈’의 R2-D2와 엑스윙 등이 스크린을 누비는 모습을 보며 어느 누가 행복한 표정을 짓지 않을까요.
어니스트 클라인은 원작소설에서 감독님의 작품을 더 많이 인용했지만, 정작 감독님은 ‘쥬라기공원’의 T-렉스, 기획으로 참여했던 ‘빽 투더 퓨처’의 드로이안만 쓰셨더군요. 더 많은 영화와 게임의 아이콘을 참여시키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최소화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장의 품격을 느꼈습니다.
추억의 게임 ‘갤러그’가 나오는 장면에선 콧등이 시큰했습니다. 50원 동전을 집어넣고 똥파리와 비슷하게 생긴 나쁜 외계선을 격추시키며 광활한 우주공간을 누볐던 소년이 어디 저 하나 뿐이겠습니까.
영화의 첫 곡으로 반 할렌의 ‘점프’를 고르셨더군요. 그 노래는 흡사 “나랑 같이 80년대 대중문화 속으로 점프하자”라는 권유처럼 다가왔습니다. 감독님의 신나는 제안을 어찌 거부하겠습니까.
가상현실 안에서 감독님과 함께 한바탕 놀고 나니, 온 몸에 추억의 세포가 일제히 솟아오르더군요. 어린 시절 어떤 꿈을 꾸었는지 되살아났습니다. 비록 이루지 못한 꿈이었더라도, 그 시절엔 무척 소중했던 추억입니다.
감독님!
어느덧 칠순이 넘으셨습니다. 부디 오래오래 사셔서 저희의 손을 꼭 잡아주세요. 나이가 들어 점차 유년의 추억을 잊고 사는 저희에게 꿈과 희망은 소중하다는 가르침을 알려주세요.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추신:2020년 개봉 예정인 ‘인디아나 존스5’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진 = AFP/BB NEWS, 워너브러더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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