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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국체전 같은 대회서 우승하면 해달라고 했죠."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국내 여고농구 최강은 숭의여고다. 지난해 이호근 코치 부임 이후 주요 국내대회를 싹쓸이 우승했다. 올 시즌에도 3월 춘계중고농구연맹전을 시작으로 우승 퍼레이드에 시동을 걸었다.
초고교급 에이스 박지현의 존재감이 결정적이다. 에이스의 기량이 중요한 아마추어 농구에서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삼성생명,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이호근 코치 역시 맞춤형 지도로 숭의여고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이게 끝은 아니다. 숭의여고의 여고 정상 군림은 윤순희 이사장과 이상열 교장, 최철권 감독의 지원과 관심을 빼놓을 수 없다. 1963년부터 55년째 이어온 농구부 전통이 윤순희 이사장과 이상열 교장의 지원으로 끈끈하게 유지된다.
눈 여겨봐야 한다. 아마추어 농구의 병폐 중 하나가 이사장, 혹은 교장의 무분별한 간섭이다. 사실상 감독과 코치 위에 군림하면서 선수단을 쥐락펴락하는 학교들도 있다. WKBL, 스포츠토토 지원금이 사실상 끊긴 척박한 상황. 학교 고위층의 체육부 운영에 대한 중, 장기적인 계획마련과 학생 선수들에 대한 마인드는 상당히 중요하다.
이상열 교장은 "그동안 최철권 감독이 애썼다. 좋은 코치님(이호근 감독)을 모시고 고생했다"라면서도 "아마추어 농구부 운영이 힘들다. 선수 수급도 힘들고, 학부모 관리도 쉽지 않다. 선수들이 운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추세다. 심지어 코치의 지도력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1984년에 교사로 부임, 2016년 교장에 오른 이상열 교장은 전통의 숭의여고 농구부를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좋은 마인드를 지녔다. 그는 "물질적인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 학교 예산은 정해졌고, 충분히 지원해주지 못해 늘 미안하다. 이사장님이 지원해주고 있으니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선수단 운영 및 육성에는 철저히 간섭하지 않는다. 이상열 교장은 "학교에서 교사 배치는 교장의 권한이다. 같은 의미로 선수의 기용 및 관리는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그걸 알아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앞장서는 것도 거부한다. 이상열 교장은 "대회에 나가기 전에 선수들에게 격려를 하고, 4강 이상 올라가면 꼭 현장에서 선수들을 응원하고 돌아온다. 예전에는 주장에게만 악수를 청했는데, 이젠 다 한다"라고 웃었다.
아마추어 대회서 우승하면 코치뿐 아니라 교장이 헹가래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상열 교장은 거부한다. 그는 "주인공은 선수들과 코치, 감독이다. 전국체전 정도의 대회서 우승하면 (헹가래를) 해달라고 했다. 대회서 우승하면 내가 아닌 선수들이 조명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WKBL에서 잔뼈가 굵은 이호근 코치 선임도 이상열 교장이 최철권 감독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감독 경험이 많은 지도자가 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곧바로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라고 돌아봤다. 최철권 감독은 "교장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그 다음날 곧바로 이 코치와 수산시장에서 소주 한 잔을 하면서 부탁했고, 이력서를 받아 제출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상열 교장과 최 감독은 이 코치를 '이 감독'이라고 부른다. 아마추어 농구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의 공식 직함은 코치다. 이 코치는 특별한 케이스다. 이상열 교장은 "최 감독의 제의도 있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감독은 삼성생명 사령탑 경험뿐 아니라 여자농구대표팀 감독까지 지낸 지도자다. 예우 차원에서 감독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교직원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제안했고, 학부모, 선수들 모두 감독으로 부른다"라고 말했다.
최근 학생들은 철저히 수업을 받고, 남는 시간에 운동을 한다. 이상열 교장은 "운동 시간이 예년에 비해 줄어든 건 맞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그렇게 되는 게 옳다. 지지한다. 가장 중요한 건 농구부 학생들의 미래"라고 말했다.
자나깨나 선수들, 감독, 코치 생각이다. 이상열 교장은 "춘계연맹전 결승전 직후 전직 교장 단톡방에서 누가 춘계연맹전 결승 스코어를 올려주더라. 난 말도 안 했는데,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뜻 아니겠나. 주변의 관심에 감사하고, 더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호근 코치는 "학교의 열정이나 관심이 없으면 선수단을 운영하는 코치 입장에선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농구에 대한 애정이 크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시는 교장선생님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최철권 감독, 이상열 교장, 이호근 코치(위), 이상열 교장(아래). 사진 =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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