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국민 배우' 이순재(82)가 7년 만에 스크린 주연으로 나섰다. 컴백작은 바로 오늘(5일) 개봉한 영화 '덕구'. 실제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친근하고 따뜻한 덕구 할배로 열연을 펼치며 드라마의 감동과 여운을 짙게 더했다.
그는 오랜만의 충무로 나들이 소감을 묻자 "날 주연으로 쓸만한 소재가 없다. 드라마에서도 뒷전이고. 나도 이제 나이 먹은 할아버지다. 나이를 먹으니까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거다. 연극 무대에선 아직 괜찮다"라는 거침없는 대답으로 유쾌하게 인터뷰 분위기를 띄웠다.
'덕구'는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덕구 할배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세상에 남겨질 어린 손주 덕구(정지훈)와 덕희(정지훈)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진정한 가족애를 일깨우는 동시에 묵직한 메시지도 던지는 작품. 노인, 아동, 그리고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며 무관심한 우리의 인식 변화를 주문한다.
이순재는 신인 감독의 입봉작임에도 선뜻 출연을 결심, 높은 작품성을 보증했다. 게다가 노개런티로 참여했다.
"내가 오랜 기간 활동해온 만큼 그간 별 영화를 다 해봤잖아요. 그래서 시나리오만 보면 알아요. 감독님이 상당히 재능 있더라고요. 연출자와 각본가가 동일 인물인지 모르고 읽어서 더 놀랐죠. 심플한 줄거리인데 정서가 잘 표출돼 있고 앞뒤 맥락도 잘 맞고 괜찮았어요. 몇 안 되는 대본만 보고 감동한 작품이었어요. 근래에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에요."
이순재의 안목은 탁월했다. '덕구'의 방수인 감독은 이준익 감독 사단 출신으로, '달마야, 서울 가자' '왕의 남자' 등의 연출부에서 경력을 쌓아온 숨은 원석. 무려 8년에 걸친 수차례 탈고 끝에 '덕구'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메가폰을 잡았다.
이순재는 "신인 감독이라서 이리저리 찍을까 걱정되는 부분이 물론, 있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아주 편한 작업이다. 대사 한마디에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시키며 영화가 무척 감동적이게 나왔더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는 다양한 장르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을 감동시키는 거에요. 연극, 드라마도 마찬가지이고요. 대중을 얼마나 감동하게 만드느냐가 제일이어야 하죠. 아무리 흥행이, 시청률이 좋다고 하더라도 막장을 절제해야 하는 이유죠."
이에 '덕구'가 저예산 영화이니만큼 노개런티로 힘을 보탠 것.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그것만으로 이순재에겐 더할 나위 없었다. "(출연료를) 달라고 해봤자 많이 줄 것 같진 않았다"라는 너스레로 한바탕 웃음을 선사한 뒤 이내 진솔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출연을 결정할 때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지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이에요. 배우에겐 좋은 작품, 좋은 역할이 최고죠. 돈은 그 나중의 문제고요. 돈과 상관없이 연기로서 성과를 내고 의미나 목적이 이루어지는 것, 예술 창조란 그런 것이에요."
특히 이순재는 대중문화·예술계 산 증인으로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그는 "요즘 히트작 하나를 만나서 활동 초기에 빛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늦게 떠도 괜찮다. 그것이 다가 아니지 않은가. 조연을 하더라도 꾸준히 해나가면 된다. 그럼 나처럼 늙을 때까지 해먹을 수 있다. 물론, 빌딩은 못 사지만 여유 있게는 살 수 있다"라고 농담 섞인 멘트로 폭소를 자아냈다.
무려 62년째 배우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던 건 다른 무엇보다 "창조적인 의지"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타성에 젖어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끊임없이 채찍질을 가하는 이순재다.
"연기라는 게 워낙에 완성이 없어요. 끝이 없죠. 그런데 흉내를 내서 한다면 거기서 끝인 거에요. 예전에 신구랑 두 작품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서로 연기 해석이 달랐어요. 만약 똑같다면 연출자의 지휘 아래 움직인 정도밖에 안 된 것이겠죠. 작품만큼 하는 배우, 작품보다 못하는 배우, 그 이상을 하는 배우 세 부류로 나뉠 수 있는데 배우의 역할은 바로 작품 위에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사람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다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부단히 창조적인 의지를 갖고 임하며 독창성을 살려야 해요. 하다 보면 스스로 만족할 때도 있고, 불만족할 때도 있고, 혹평이 나와도 할 수 없어요. 우린 평단을 위해서 연기하는 게 아니니까요. 관객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말고 나아가려 해야 해요."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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