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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WKBL 신선우 총재의 큰 그림이 숨어있는 것일까.
3월 30일을 끝으로 구단 운영을 접은 KDB생명. WKBL은 위탁운영에 돌입했다. 새 주인을 찾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KDB생명으로부터 다음시즌 운영비 25억원을 받았다. 어떻게든 2018-2019시즌까지는 끌고 가야 한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WKBL은 3일 감독 공개모집 의사를 드러냈다. 다음 시즌을 끌고 갈 사령탑을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선발할 계획이다. 그런데 WKBL의 의도가 다각도로 의심을 받고 있다. 신선우 총재의 큰 그림이 숨어있다는 말이 많다.
일단 KDB생명 박영진 감독이 펄쩍 뛰었다. 4일 전화통화서 "2월 말에 구단과 감독으로 1년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를 보여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WKBL 양원준 사무총장은 "KDB생명으로부터 (위탁운영)협약서를 받을 때 박영진 감독대행의 계약기간은 2018년 3월30일까지였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양 총장은 "KDB생명이 박영진 감독대행과 2019년 3월까지 1년 감독 계약을 했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러나 계약서가 없고, 구체적으로 전달 받은 내용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서 운영 주체가 자신들에게 넘어왔으니 감독공모가 순서라는 것. 또한, 3월을 끝으로 운영에 손을 뗀 구단이 다음 시즌에 감독을 할 사람과 계약을 한 게 앞뒤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박영진 감독은 "황당하다. 연맹에선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다는 말 한 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연맹은 나 역시 공모에 참가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이미 감독 계약을 맺었는데 감독 공모에 지원하면 내가 얼마나 우스워지겠나"라고 말했다. 결국 박 감독이 KDB생명과 맺은 계약이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포인트다. 어떻게든 정리돼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WKBL의 숨은 의도를 살펴봐야 한다. 복수의 농구관계자는 "신 총재가 자기 사람을 KDB생명 사령탑에 앉히기 위해 수 개월 전부터 '작업'을 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몇 개월 전 이환우 감독의 연임이 결정된 KEB하나은행에도 이 인사를 새 감독으로 앉히려고 한다는 말이 파다했다. 이 인사는 과거에 신 총재와의 사이가 매끄럽지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절친'이 됐다는 게 농구관계자들 증언이다.
그런데 KDB생명은 2017-2018시즌 도중에 갑자기 구단 운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게 아니다. 이미 작년 봄, 여름부터 다각도로 WKBL에 시그널을 보냈다. 신선우 총재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신 총재는 공식적으로 KDB생명이 문을 닫기 전까지 이렇다 할 대책 하나 내놓지 못했다. 지금도 KDB생명 관련 문제는 양원준 사무총장이 총지휘하고 있다.
결국 KDB생명 사태 조기해결, 수습에 앞장서야 할 WKBL의 수장이 특정 팀 감독 인선에 개입, 일의 경중과 순서와 도리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받는다. 농구관계자 A는 "감독공모 역시 이 인사를 위한 예정된 시나리오 아니냐"라고 의심했다. 물론 WKBL은 함구한다.
신 총재의 임기는 6월 30일까지다. 자기사람을 최대한 WKBL 안팎의 구성원에 앉혀 지지세력을 다진 뒤, 연임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실제 그렇게 할 것이라면 비상식적이다. 아직 신 총재가 공식적으로 '연임'을 선언하거나 관련 이슈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지난 2일 신 총재 주도로 단장들과의 식사 자리가 있었다. 이 자리에 5개 구단 단장이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역시 연임 얘기는 없었고, 한 시즌을 치른 단장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KDB생명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농구관계자 B는 "이번 식사자리 이전에도 단장들끼리 신 총재의 연임은 어렵지 않겠냐는 얘기를 나눈 걸로 알고 있다. 신 총재도 분위기를 모를 리 없다. 그렇다고 해도 왜 신 총재가 특정 구단에 자기 사람을 앉히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연임이 되나"라고 말했다.
신 총재는 지난 3년간 업적이 거의 없었다. 첼시 리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KDB생명 사태를 사실상 방관했다. 심판 문제는 더욱 악화, 현장과의 불신만 짙어졌다. 이런 상황서 이번 KDB생명 감독 공모를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신 총재에게 부탁하고 싶다. 남은 임기 2~3개월만큼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WKBL의 미래만 생각했으면 한다. 그것마저 자신 없으면 연맹 구성원들에게 KDB생명 사태에 대한 짐이라도 안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5개 구단 단장은 하루빨리 새 총재 선임작업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농구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한국 여자농구는 고사 직전이다. 혹시 KDB생명 감독공모에 신 총재의 큰 그림이 실제로 숨어있고 현실화가 된다면, 그 전에 무조건 막아야 한다.
[WKBL 신선우 총재(위), KDB생명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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