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투수 딜레마가 다시 시작되는 것일까.
롯데는 시즌에 앞서 총액 100만달러(약 10억6천만원)를 들여 펠릭스 듀브론트를 영입했다. 선수 경력은 화려했다. 2010년 보스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토론토, 시카고 컵스, 오클랜드 등을 거치며 6시즌 통산 118경기(선발 85경기) 513⅔이닝 31승 26패 평균자책점 4.89를 남겼다. 지난 2012~2013시즌 2년 연속 11승을 올렸고, 2013년엔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KBO리그에 흔치 않은 이른바 ‘고(高)스펙’ 보유자였다.
롯데에서의 첫 시작도 좋았다. 대만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빠르게 팀 분위기에 적응했고, 시범경기에선 3월 13일 사직 LG전 4이닝 노히터를 포함 2경기 9이닝 평균자책점 1.00으로 명성을 입증했다. 이에 조원우 롯데 감독은 KBO리그 경험이 풍부한 브룩스 레일리 대신 듀브론트를 새로운 에이스로 낙점했다. 개막전 선발투수의 중책 역시 그에게 맡겨졌던 터.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에이스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투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의 3경기 기록은 12⅔이닝 2패 평균자책점 11.37. 경기당 평균 5이닝도 소화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볼넷(12개)이 삼진(5개)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게 치명적이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또한 2.05까지 치솟은 상황. 특히 전날 LG전에선 2⅔이닝 동안 무려 볼넷 4개를 내주며 7실점을 자초했다. 에이스의 자질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투구 내용이었다.
물론 모든 걸 듀브론트의 탓으로 돌릴 순 없다. 투수 경기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배터리 호흡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듀브론트는 이미 개막전부터 롯데 신진 포수들의 미숙함에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포수의 2루 송구가 자신의 몸을 맞는가 하면 주무기인 체인지업에 잦은 폭투가 발생했다. 신뢰가 두텁지 않은 상황서 100%의 구위를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포수 조련에 일가견이 한 감독은 “마운드 안정화에 있어 베테랑 포수의 존재는 절대적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롯데는 듀브론트의 커리어를 감안했을 때 이 또한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다보니 지난해 초반 롯데 마운드를 안 떠올릴 수 없다. 롯데는 2017년 레일리-파커 마켈 원투펀치 체제로 야심차게 시즌을 준비했지만 마켈이 가정사 문제 및 시차 부적응으로 리그가 시작되기도 전에 짐을 쌓다. 이후 대만에서 뛰던 닉 애디튼을 영입했지만 그 또한 15경기 2승 7패 평균자책점 5.91의 난조로 팀을 떠났다. 후반부 조쉬 린드블럼의 합류와 함께 선발진이 안정을 찾으며 고민이 해결됐지만 전반기 롯데 선발 로테이션은 딜레마의 연속이었다.
다만, 듀브론트는 아직 리그 3경기에 나섰을 뿐이다. 아직은 로테이션 조정이나 임시 불펜 전환, 2군행 등을 통해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를 통해 외인이 제 기량을 찾은 사례도 제법 있다. 그러나 롯데는 초반 1승 10패 승률 .091로 허덕이고 있다. 1승이 급하기에 여유가 부족하다.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는 롯데에게 새 외인의 부진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펠릭스 듀브론트.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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