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IA도 예외일 수 없다.
전년도에 갖춰놓은 시스템으로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까지 통합우승했다. 당연히 그 시스템을 이듬해로 가져가는 게 옳다. 과거 SK, 삼성 왕조가 그랬다. 올 시즌 KIA도 마찬가지다. 김기태 감독은 1~3선발, 베스트라인업 등 각 파트별 주요 선수들의 위치, 역할 분담을 최대한 지난 시즌과 동일하게 설정했다.
그런데 144경기 장기레이스는 변수가 많다. 부상, 부진 등 많은 일이 발생한다. 지난해의 애버리지를 지키지 못하는 선수도, 반대로 포텐셜을 터트려 애버리지를 끌어올리는 선수도 있다. 이런 변수에 적절히 대처하고, 전력을 극대화하는 게 감독과 코치들의 역할이다. 순위다툼은 1차적으로 이 변수로 희비가 엇갈린다.
기본적인 시스템이 전년도와 유사하더라도, 그 속에서 크고 작은 변화는 피할 수 없다. 그런 변화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페넌트레이스를 끌고 가는 조직이 강한 조직이다. KIA도 이 시험대에 들어섰다. 최근 크고 작은 변수들이 속출했다. 주로 전력의 유동성이 심하고, 불안요소가 많은 중, 하위권 팀들이 거쳐가는 과제다.
우선 선발진. 아무래도 4~5선발이 가장 취약한 파트다. 임기영의 개막엔트리 불발로 더욱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민우와 정용운 카드를 실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안정성이 큰 건 사실이다. 김 감독이 움직였다. 우완 파이어볼러 한승혁을 선발투수로 내보내기로 했다. 디데이는 10일 대전 한화전이다.
즉흥적인 결정은 아니다. 한승혁은 무릎, 사타구니 부상을 털고 예전의 좋은 투구밸런스를 회복, 4일 인천 SK전서 4이닝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스코어가 벌어졌지만, 볼넷이 단 1개도 없었다. 최근 잘 던지지 않던 커브로 SK 홈런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빼앗는 피칭이 돋보였다. 김 감독은 한승혁이 기존 4~5선발에 비해 종합적인 역량이 뒤질 게 없다고 판단했다.
한승혁이 한 차례 선발로 던지면, 이민우나 정용운 중 한 명은 불펜으로 돌아선다. 또한, 선발투수 한승혁의 투구내용이 좋지 않으면 4~5선발 적임자는 달라질 수 있다. 일단 내부경쟁을 통해 전반적인 선발진 후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임기영이 돌아오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또 하나는 3루다. 베테랑 이범호의 포지션. 이범호는 6일 광주 넥센전서 사구에 맞아 오른손 네 번째 중수골에 실금이 갔다. 전치 4주 부상. 상황에 따라 결장기간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범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 감독이 7일 넥센전서 선택한 카드는 최원준이었다. 타격 하나만큼은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베테랑 정성훈도 스프링캠프부터 3루 수비 준비를 했다.
김 감독은 앞으로 약 1달간 최원준과 정성훈을 번갈아 기용, 이범호 공백을 메울 듯하다. 정성훈의 방망이 실력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3루 수비는 지켜봐야 한다. 시너지가 이범호 공백 이상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최원준은 7일 경기서 1안타를 쳤고,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범호 없는 3루를 운용해보는 건 의미가 있다. 이범호도, 정성훈도 어차피 선수생활이 길게 남지 않았다. KIA는 5~10년을 내다보는 차원에서 최원준의 고정 포지션을 정해야 한다. 최원준이 주전으로 뛸 때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발휘할지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다. 김 감독에게 일전에 이 부분에 대해 묻자 "주 포지션은 유격수인데, 팀 상황(김선빈의 존재)상 여러 포지션을 맡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이범호가 이탈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탈할 경우 차라리 시즌 중반 이후 순위다툼을 할 때보다 지금이 낫다. KIA는 이 기회에 최원준의 역량과 정성훈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또 다른 백업 멤버들의 활용방법도 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KIA는 아직 확 치고 나갈 동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투타 엇박자가 있었다. 최근에는 전력 이탈자도 발생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작년에도 그랬다. 시즌 초반 SK와의 트레이드로 힘을 받았다. 시즌 막판 두산의 맹추격에는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정상을 밟았다. 이번에는 과연 어떨까. 또 다시 변화에 대한 적응이 필요한 시기다.
[한승혁(위), 최원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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