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아무리 편하게 하라고 해도 편하게 할 수가 없다."
롯데 이대호는 그동안 좋지 않았다. 슬럼프였다. 12일 울산 넥센전 직후 타율이 0.241에 머물렀다. 13일 광주 KIA전이 터닝포인트로 기억될 수 있을까. 5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타율을 0.270까지 끌어올렸다. 11일 울산 넥센전서는 선발라인업에서 빠졌고, 12일에도 결과물이 썩 좋지 않았던 걸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천하의 이대호도 야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타격은 예민한 작업이다. 조원우 감독은 13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현실적으로 접근했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심리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기량은 있는 타자니까"라고 잘라 말했다.
구체적으로 조 감독은 "(슬럼프에 빠진 타자에게)아무리 편하게 하라고 해도 편하게 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대부분 감독, 타격코치는 부진에 빠진 타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편안하게 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 야구를 하는 건 선수다. 타자가 타석에서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 부담을 털어내지 못한다는 게 조 감독의 현실론. 두산 김태형 감독도 과거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했다. 타격페이스가 좋지 않은 타자에게 편하게 하라는 말이 오히려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조 감독은 "멀티히트, 타점, 홈런 등이 나와야 한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까 쫓기는 것이다. 일단 여유를 갖고 팀 플레이를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대호 정도의 거물타자는 슬럼프에서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조 감독은 "작년에도 시즌 초반에 괜찮다가 시즌 중반에 삼진 논란 이후 침체기를 보냈다"라고 돌아봤다. 시즌 초반 페이스 저하는 의외라는 반응. 그러나 조 감독은 "결국 (타격 페이스) 올라올 것이다. 144경기를 치르는 게 야구다"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11일 경기서 이대호를 선발라인업에서 뺀 뒤 12~13일 경기에는 변함 없이 4번 1루수로 기용했다. 보통 주춤한 타자의 타순을 변경하거나 타격에만 전념하라는 의미로 지명타자로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조 감독은 단 1경기를 제외하고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현실론이다. 이대호의 자존심, 상징성을 건드리지 않았고, 믿음도 동시에 줬다. 꾸준한 4번 타순 배치에 이대호를 향한 조 감독의 진심이 투영됐다.
결국 이대호는 반등 조짐을 보였다. 1회 우전안타를 터트리더니 8회 1타점 우중간 2루타, 9회 동점 2타점 좌전적시타를 쏟아냈다. 3회 1루수 라인드라이브도 잘 맞았으나 잡혔을 뿐이다. 잡아 당기는 타격만 고집하지 않고 1,2간으로 타구를 보내는데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아직 완전하지는 않은 듯하다. 9회 동점타는 빗맞은 타구였다. 타이밍이 완벽히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조 감독의 말대로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왔으니 반등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대호는 "계속 좋지 않은 모습이 내게 상처가 되고 팬들에게도 죄송한데, 심리적으로 그런 생각을 떨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대호의 통산 타율은 0.310. 심지어 2006년부터 작년까지 KBO 7시즌 중 2009년(0.293)을 제외하고 모두 3할을 넘겼다. 2010년 이후 성적만 보면 그냥 3할이 아니라 3할 2~3푼을 때릴 수 있는 타자다. 장타자이기도 하지만, 인&아웃 코스의 공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는 능력을 보유했다. 그 능력, 감각을 완벽히 회복했는지를 14~15일 광주 KIA전서 확인하면 된다.
[이대호(위), 이대호와 조원우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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