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잠실학생체 김진성 기자] 모래알은 진작에 없었다. 포스트시즌서는 문애런도 지웠다. SK의 챔피언 자격은 충분하다.
SK가 1999-2000시즌 후 18년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SK는 두 가지 좋지 않은 이미지를 완전히 지웠다. 하나는 모래알 조직력이고, 또 하나는 문애런이다. 결과를 떠나 내용만 봐도 이 두 가지 좋지 않은 꼬리표를 떼어낼 때다.
문경은 감독 부임 이후 SK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 2012-2013 정규시즌 우승을 계기로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말은 사라졌다. 그러나 2015-2016, 2016-2017시즌에 연이어 하위권에 머물면서 문경은 감독을 빗대 '문애런'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더욱 늘어났다.
공교롭게도 애런 헤인즈가 오리온에 있었던 시절에 팀 성적이 곤두박질 쳤으니, 팬들이 그렇게 부를 만도 했다. 하지만, 이번 4강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SK는 헤인즈 없이 우승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더 이상 문 감독을 문애런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예전의 SK와 올 시즌 SK는 달랐다. 문 감독 부임 전 SK는 리바운드 가담, 수비에 대한 에너지가 상당히 부족했고, 팀 오펜스보다는 개인플레이가 많았다. 외곽슛만 던지고 백코트를 설렁설렁하는 선수도 적지 않았다. 한 마디로 겉만 번지르르했다.
그러나 문 감독 부임 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김선형, 최부경, 최준용, 안영준 등 좋은 선수들을 꾸준히 영입하면서 공수 밸런스를 갖췄다. 2년차를 맞이한 테리코 화이트와 부상을 딛고 돌아온 김선형, 달라진 김민수에 이현석, 변기훈 등 롤플레이어들까지. 실속을 갖춘, 진정한 호화군단으로 거듭났다.
특히 최부경과 김민수, 최원혁의 수비 공헌은 엄청났다. 김민수는 4강 플레이오프서 KCC 하승진을 철저히 막았고, 최원혁은 챔피언결정전서 DB 디온테 버튼을 최대한 괴롭혔다. 수비와 리바운드 응집력부터 남달랐다.
자연스럽게 멤버구성의 장점을 극대화했고, 속공, 얼리오펜스에 의한 스피드 농구가 완성됐다. 김선형은 부상에서 돌아온 뒤 철저히 출전시간을 분배했다. 문 감독은 챔프전서 최원혁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김선형을 막판 승부처에 몰아서 썼다. 다양한 수비와 얼리오펜스로 KCC의 느린 공수전환, DB의 스피드와 로테이션 농구의 허점을 철저히 파고 들었다.
헤인즈가 부상으로 쓰러진 뒤 영입한 제임스 메이스 카드도 적중했다. 메이스는 LG 시절에도 속공 가담과 외곽 공격이 괜찮았다. 문 감독은 메이스의 공격 위치 선정, 동료들과의 철저한 롤 분담으로 위력을 극대화했다. 메이스는 헤인즈만큼 동료를 돕는 능력은 없지만, 한 방 능력과 골밑 공격을 동시에 발휘하며 SK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화려한 조각들을 하나로 모아 정상으로 이끈 문경은 감독의 능력도 인정 받아야 한다. 헤인즈 없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면서, 모래알, 문애런과 완전한 작별을 선언했다. 어느덧 7년차 중고참 사령탑으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그동안 숱한 경험이 쌓인 결과지만, 한 편으로 그만큼 인고와 연구의 세월도 길었다. SK는 챔피언 자격이 충분하다.
[SK 선수들. 사진 = 잠실학생체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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