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두산의 우완 사이드암투수 박치국(20)은 지난 19일까지만 해도 김상수(넥센), 서균(한화) 등과 함께 리그에서 몇 안 되는 평균자책점 0의 사나이였다. 20살답지 않은 담대함과 묵직한 직구를 바탕으로 시즌 초반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었던 터.
그랬던 그의 무실점 행진이 20일 잠실 KIA전에서 중단됐다. 6-2로 앞선 9회초 팀의 4번째 투수로 등판한 박치국은 선두타자 나지완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이후 정성훈을 2루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지만 최원준에게 초구부터 내리 볼 2개를 던지며 좀처럼 영점을 잡지 못했다. 정성훈에게 맞은 타구도 정타였다.
불안한 낌새를 느낀 두산 벤치의 선택은 교체였다. 박치국은 주자 1명을 남겨두고 한 살 형 이영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일단 이영하는 불리한 카운트를 극복하지 못하고 최원준을 볼넷 출루시켰다. 이후 서동욱을 1루수 땅볼 처리, 아웃카운트를 늘렸지만 2사 2, 3루서 김민식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박치국의 승계주자를 없애지 못했다. 박치국의 0의 행진이 시즌 13경기 만에 끝난 순간이었다.
박치국은 “그날 투구 내용이 너무 안 좋아 벤치에 들어와서 아무 생각 없이 경기를 지켜봤다. 평균자책점 생각도 전혀 안 났다”라며 “막상 깨지니 아쉽긴 했지만 언젠가는 깨질 기록이었다. 빨리 깨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젠 부담 없이 내 공을 던지면 된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치국에 따르면 경기 후 승계주자를 지키지 못한 이영하가 미안하다는 의미로 밥을 샀다고 한다. 박치국은 “사실 나도 다른 투수들이 남겨 놓은 주자를 많이 지키지 못한다. 다 똑같은 건데 그래도 이영하 선수가 밥을 사줘 고마웠다”라고 웃었다.
사실 0의 행진이 깨지긴 했지만 지난해 이맘때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낸 박치국이다. 지난해 데뷔한 그는 4월 2경기서 평균자책점 27.00을 남겼다. 지난 시즌 기록은 21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6.75로 올해 개막 한 달 만에 당시 출장수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그가 이제 두산 뒷문의 한 축이 됐다는 증거라고 봐도 무방하다.
박치국도 “작년에는 처음에 상당히 높은 방어율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올해는 0으로 기분 좋게 출발해 뿌듯한 마음이 든다. 제구도 확실히 발전한 느낌이다”라고 흐뭇해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아직도 기복이 있다. 몇몇 경기를 보면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라고 금방 마음을 다잡았다.
어쨌든 박치국은 올 시즌 14경기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2.92를 남기며 김강률, 이현승이 빠진 두산 뒷문을 든든하게 책임지고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20살인데도 표정 변화가 전혀 없다. 씩씩하게 잘 던져준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박치국은 “마운드에서 긴장은 안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등판하는 스타일이다. 안타를 맞아도 덤덤하다”라며 “오히려 못 하면 아쉬워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반면 삼진을 잡거나 잘 던져도 기분의 변화가 많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행복한 프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박치국의 목표는 더 행복한 야구였다. 그는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야구하고 싶다. 최대한 평균자책점 0을 유지하고 싶었지만 일찍 깨졌으니 이제는 1~2점대 방어율을 유지하며 홀드를 많이 챙기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치국.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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