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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정말 많이 배운 현장이었죠"
배우 기도훈에게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극본 배유미 연출 손정현) 촬영장은 그야말로 배움의 장이었다. 제작진은 물론 감우성, 김선아, 오지호 등 대선배부터 나이는 자신보다 어리지만 아역배우부터 시작한 정다빈까지. 기도훈에겐 모든 사람들이 스승이었고, 배움의 연속인 현장이었다.
기도훈은 지난 24일 종영된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은경수(오지호)네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여하민 역을 연기했다. 천방지축 반항아 손이든(정다빈)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조언을 해주는 등 그녀의 내적 성장을 도우며 풋풋한 멜로 라인을 선보였다.
기도훈은 "너무 소중하고 감사한 현장이었다. 내가 그만큼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 개인적인 안타까움은 있지만 정말 많이 배웠다"고 운을 뗐다.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풋풋한 러브라인을 그리며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기도훈은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만큼 보여졌나?'라는 생각을 했을 때 아직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스스로에게 결핍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하민이는 후천적 청각장애를 가진 바리스타였어요. 그래서 준비를 정말 많이 했죠. 커피 내리는 것도 배웠고, 청각장애인 복지센터에 주3회 가서 봉사하면서 관찰을 많이 했어요. 그 분들을 대변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그 분들의 모습이 노출되는 거라 최대한 잘 준비하고 싶었거든요.디테일한 시선들, 섬세함 등을 잘 표현하려 하다 보니 다른 것들을 놓치고 가진 않았나 아쉬움이 드네요."
다소 조심스러울 수도 있는 역할이다 보니 두려움도 컸다. 그러나 왜 이 같은 설정을 지닌 인물인지 생각했다.
그는 "하민이는 시야 안에 없으면 옆에서 누가 이야기 해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을 지켜보면 그들의 정보를 알 수 있다"며 "하민이가 이야기를 전달하게 되는 상황이 많았는데 그들을 지켜보다가 이야기를 해주는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손정현 감독님과 항상 통화를 했어요. 대본 보고 어떻게 생각했냐는 말도 많이 했었고요. 또 현장에서 오지호 선배님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긴장하고 있으면 '힘 빼라. 스스로한테 자신감이 떨어지면 긴장하게 된다. 자신있게 하라'고 조언해주셨어요. 대선배님들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하시지?' 싶었죠. 정말 다르더라고요."
감우성, 김선아, 오지호 등 대선배들 사이에서 연기하니 상대적으로 주눅도 많이 들었다. "너무 많이 보고 배운건 당연한 얘기인데 한 번에 촬영을 딱 하시고 제 차례가 바로 오니까 초반엔 긴장이 되더라"고 고백했다.
"초반에는 오히려 텐션이 좋았다가 초중반엔 뭔가 말리기 시작했어요.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겠지만 제 자신에게 말린 거죠. 공기마저 다르더라고요. '뭔가 어색한데? 이건 아닌데?' 아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안 될 때는 처참하게 깨지자는 생각으로 했어요. 열심히 할수록 더 안 된다는 느낌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기도훈은 결국 선배들에게서 해답을 찾았다. 감우성, 김선아, 오지호를 비롯 상대역 정다빈은 기도훈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선배님들이 정말 어메이징 했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배운 게 많았다"며 "아쉽기도 하지만 후련하기도 하다. 나중에는 점점 내려놓는 것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김선아 선배님은 정말 프로페셔널 하세요. 연기도 잘 하시는데 분위기도 잘 살려 주셨죠. 선아 누나 입장에서 제가 얼마나 아기처럼 보이겠어요. 그런데도 깍듯이 잘 해주시고 존중 받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감사했어요. 감우성 선배님은 저와 함께한 신이 딱 한 신인데 엄청 섬세하시고 디테일 하셨어요. 오지호 선배님은 현장 분위기도 잘 만들어주시고 연기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많이 알려주셨어요."
손이든 역으로 분해 기도훈과 연기 호흡을 맞춘 정다빈은 어땠을까. "다빈이한테도 많이 배웠다"고 밝힌 기도훈은 "신 같은 것에 대해서도 많이 얘기했다. 내가 아직 어디서 힘 줘야 되는지 힘 빼야 되는지 모르는데 그러고 있으면 다빈이가 살짝 알려주고 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도훈은 '키스 먼저 할까요'로 인해 연기 욕심이 더 커졌다. 최근 MBC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KBS 2TV 단막극 'SLOW'에 이어 '키스 먼저 할까요'까지 연달아 출연하며 연기의 맛을 점점 알고 있다. 20대 초반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한 연기 활동은 그저 즐거울 뿐이다.
그가 연기를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 때. 농구 선수를 꿈꾸다 부상으로 인해 꿈을 접은 그는 또래에 비해 큰 키와 좋은 몸 덕에 중2 어린 나이에 우연히 모델로 데뷔하게 됐다.
그렇게 모델 활동을 시작했고, 고등학생 때 독립영화 출연 기회까지 얻게 되며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다. 그러나 이후 연기를 할 기회는 쉽게 생기지 않았고, 그로 인해 20대 초반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많은 경험을 쌓고 연기 공부를 했다.
"모델 일은 어떻게 보면 정적이고 걸음이나 텐션으로 옷을 표현해야 하는 제한적인 게 있었어요. 근데 제가 자유로운 영혼이거든요. 동물로 표현하자면 삽살개?(웃음) 그래서 그런지 연기는 하고싶은대로 표현할 수 있으니 재밌더라고요."
연기의 재미를 알아버린 그에게 20대 초반 공백기는 힘든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도훈은 "많은 경험을 했던 시간들"이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또 지금 주어진 기회에 감사할 줄 알았다.
"이게 다 SM엔터테인먼트 연기자 파트 매니지먼트 3팀 덕분입니다.(웃음) 연달아 작품을 하니 연기적인 갈증들이 점점 해소가 되고 있는데 대신 욕심이 더 많이 생겨서 제가 잘 감당이 안돼요. 욕심은 너무 많지, 몸은 하나지. 열정이 많은 상태예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신세대가 기성세대의 잘못된 점을 뒤집는 사회적인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그 어떤 역할이라도 의미 있을 것 같아요."
기도훈은 열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더 노력할 생각이다. 작품 및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크다. "내 장점은 솔직히 그림인 것 같은데 연기력이 보여질 수 있게 더 노력할 것"이라며 솔직한 분석도 내놨다.
"최근에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세요. 더 핫하게 저를 사랑해주시면 좋겠어요.(웃음) 또 제겐 중학생 때부터 저를 좋아해주신 오랜 팬 분들이 계신데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너무 오랜 공백기 동안에도 저를 계속 좋아해주셔서 마음속으로 정말 감사했어요. 표현을 잘 못하는 소심한 저였지만 끝까지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와 따뜻함을 받고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정말 힘들었을 때 말 한마디가 힘이 됐거든요.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하며 보답하고 싶어요."
[배우 기도훈.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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