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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감성 록밴드 선구자로 불리는 5인조 그룹 원리퍼블릭(One republic, 라이언 테더 잭 필키스 브렌드 커즐 드류 브라운 에디 피셔)이 한국에 왔다. 콘서트의 성패를 관객의 호응으로 짐작할 수 있다면, 이들에겐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 보여주고 떠났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다.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7번째 주인공 원리퍼블릭의 첫 내한공연은 국내 팬에 외국인 관객까지 북새통을 이루며 4천 500여명이 들어찬 공연장은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8시를 조금 넘겨 포그가 가득한 장내에 라이언 테더(Ryan Tedder)의 음성과 웅장한 연주 사운드가 훅 하고 파고들자 열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건반과 현악기의 서정적인 사운드에 솟아오르는 록의 에너지는 예열의 과정마저 생략했다. 1번 곡이기도 한 '시크릿(SECRETS)'에서 단박에 합창이 터져 나오며 관객들은 노련한 팬심을 과시했다.
보컬 라이언 테더가 전면에서 지휘하는 공연이었다. 그는 스탠딩 마이크에서 시작해 때로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가 금세 무대 양끝을 활보하며 땀방울을 흘렸다. 공연 도중 제법 많은 이야기를 꺼내놨고, 팬들의 돌발 외침에는 즉각 화답으로 애정을 과시했다. 테더가 곡 '섬싱 아이 니드(SOMETHING I NEED)'를 부르다 무대 아래로 내려가자 곳곳에서 "꺅" 하는 비명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테더는 관객의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고 일일이 손을 어루만져주는 등 자신의 팬들과 허물없이 어울렸다.
원리퍼블릭은 얼마 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DJ 아비치(Avicii)의 대표곡 '웨이크 미 업(WAKE ME UP)'을 부르며 애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잘 조율된, 아쉬울 게 하나 없는 공연이었다. 단, 라이언 테더의 욱일기 문신 논란은 우려가 컸다. 이날 테더가 재킷 소매를 걷어 올리고 등장해 주목됐는데, 이와 관련해 현대카드 측은 해당 부위를 가리는 조치를 취하고 무대에 올랐다고 밝혔다.
라이언 테더는 특별히 2018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언급하며 한국과 깊은 인연을 드러냈다. 이러한 발언이 논란을 상쇄할 만한 영향력을 가졌다고 말하기엔 조심스럽지만, 원리퍼블릭이 보여준 공연의 감동은 느낀 그대로다.
"굉장한 일인 게 아침에 일어나서 CNN을 켰을 때 오늘 남북한에 무슨 일이 있는지를 보게 됐습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였습니다. 한국은 그분이 가본 유일한 외국이었습니다. 1947년~1948년에 계셨는데 DMZ를 지키셨습니다"라는 것.
테더는 "오늘 이런 날 여기에서 이 밤에 공연한다는 게…"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오늘 이 밤은 우리 밴드에게도 가장 멋진 공연을 한 날입니다. 행운을 빌고 축복합니다. 그리고 오늘이 앞으로 100년 1000년간의 평화의 시작이길"이라고 진심으로 기원했다. '하나의 공화국'으로 풀이되는 원리퍼블릭과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었다.
[사진 = 현대카드 제공]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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