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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시와 드라마의 장르적 혼합이라는 시도에서는 유의미했던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종영을 2주 앞뒀다. 케이블채널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극본 명수현 연출 한상재/이하 '시그대')는 등장부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의사를 중심으로 서사를 이끌었던 기존 병원드라마와 달리 주변 인물에 머물렀던 코메디컬 스태프를 전면으로 내세운 덕이다. 주류의 주체를 바꾼, 놀라운 역발상이었다.
사실 이는 크나큰 도전이다. 이제껏 의학 드라마가 흥행 소재로 꼽혔던 건, 병원 내의 이면을 끄집어내기에 수월했기 때문이다. 의사 간 갈등, 직업을 둘러싼 고뇌, 병원 경영을 둘러싼 대립, 적나라한 수술 장면 등의 것들은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자극적인 연출을 통해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시그대'는 안정적인 선택 대신 병원 내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의 직군들에게 눈을 돌렸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으나, 미처 크게 관심을 두지 못했던 인물들의 삶을 조명하겠단 의도다. 그리고 도종환, 이남일, 이철환 등 다양한 시인들의 시(詩)를 삽입한 뒤 해당 시와 전개를 같이해 감성을 더했다.
이에 한상재 PD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어떻게 보면 시와 코메디컬 스태프 둘 다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인데 그걸 대중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분량이 많은 재활치료실과 영상의학과는 세트로 제작했는데, 실제 병원을 모델로 장비도 같은걸 대여하여 제작하였고 자문선생님들도 모시고 촬영을 진행해 실제 병원이라 해도 무방하다 할 정도로 신경을 썼어요."
다만 '시그대'는 '의학드라마'라는 점이 시청자들에게 크게 각인돼 일각에서는 지적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코메디컬 스태프 직업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주인공 예재욱(이준혁)과 우보영(이유비)의 러브라인에 치중됐다는 이야기였다. 이는 곧 시청률 하락으로 반응했고 최근 방영된 12회는 1%(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이하 동일)를 기록했다. 5회는 0.91%라는 최저 시청률까지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 PD는 "물론 시청률이 잘나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시와 드라마의 장르적 혼합이라는 시도에서는 유의미했던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단순 '의학드라마'가 아닌 '사람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세상엔 뒤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병원에서 지나쳤을 수도 있는 직업군을 조명하고 싶었거든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 이 사회가 돌아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tvN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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