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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슈퍼맨이 아닌 경찰. 언제나 제3의 세계로 놓고 일선 경찰들을 바라봤던 우리의 편견을 노희경 작가가 온기로 어루만지며 짚어냈다.
지난 3월 10일 첫 방송한 케이블채널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가 6일 방영된 18회를 마무리로 종영했다. '라이브'는 전국에서 제일 바쁜 ‘홍일 지구대’에 근무하며 일상의 소소한 가치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바쁘게 뛰며 사건을 해결하는 지구대 경찰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마지막회에서는 일상으로 돌아가 시민들을 지키는 홍일지구대의 모습이 그려졌다. 범인에게 칼에 찔려 위중했던 오양촌(배성우)은 회복해 교통경찰로 복귀했고 파면 위기에 처했던 염상수(이광수)는 지구대원들의 합심으로 명예를 회복했다. 한정오(정유미)와의 행복한 날들도 이어졌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따스한 해피엔딩이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8) 등을 집필한 노희경의 신작으로 방영 전부터 주목의 정도가 남달랐다. 누구나 겪고 있는 삶의 단면이지만 은연중에 묻고 있던 상처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 직설적이면서도 포근하게 다루는데 능한 노 작가였기에 '라이브' 또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던 것.
그런 노 작가가 경찰 공무원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간 통쾌하고 짜릿한, 극적 요소가 다분한 장르물 소재의 대표주자였지만 노 작가는 이면을 파고들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조명하는 데에 조금 더 힘을 가했다. '민중의 지팡이'라고 불리는 그들이지만 도리어 '민중의 지탄'을 강하게 받아온 경찰들을 안았다. 주인공들이 격변의 사건 때문이 아닌, 성차별과 취업난으로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부터 그 시작이었다.
독보적인 한 명의 영웅담 대신 다수가 의기투합해 해결하는 각종 경중의 사건, 사명감과 생계 사이에서 고민하는 딜레마, 치열한 현장 속 경찰들의 공포심, 진실에는 관심이 없는 언론의 일방적인 폭행 속 무기력한 경찰, 직업에서 오는 권태로움 등. 이는 지구대 대원들의 일반적인 감정과 관계를 통해 분출됐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특수한 직업'이라는 편견을 걷어내고 시각을 달리할 수 있었다. 경찰들의 고단함, 애환, 용기를 들여다볼 기회였고, 보통의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했다.
사건을 담아냄에 있어서도 소홀하지 않았다. 매일 같이 신문의 지면을 도배하지만 외면하고픈 분한 현실을 가감 없이 적어냈다. 성폭행, 성매매, 불법 도박, 영아 유기, 살인, 불법 낙태, 미혼모,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등 씁쓸한 현주소를 짚어냄과 동시에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이 때문에 사실 '라이브'를 보며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눈에 보이는 자극적인 사건 연출, 갖가지의 상황 속에서 오는 답답함, 의아할 정도로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찰 집단.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보고 있기 힘들다는 시청자들도 다수였다. 그러나 언젠간 꼭 우리가 마주해야할 실재 사회였다.
그래서 노 작가는 판타지 한 스푼을 가미했다. 매서운 현실의 반복을 잠시 내려놓기도 했다. 사건마다 확실한 결과를 부여했고, 홍일지구대원들의 협동, 시민들의 응원 등으로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순간순간 완성시킨 셈이다. 노 작가의 이러한 시선이 대중의 바람과 맞물려 현실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길 기대한다.
[사진 = tvN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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