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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말 감사했다. 지금도 많이 생각난다."
넥센 마정길 불펜코치는 한화 한용덕 감독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마정길 코치는 2002년 한화에 입단, 2009년까지 뛰었다. 2010년부터는 넥센에서 뛴 뒤 2017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올 시즌 지도자로 변신했다.
'이글스맨' 한용덕 감독은 2004년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2014년까지 코치와 스카우트, 단장 보좌역을 두루 맡았다. 즉, 마 코치와 한 감독은 한화에서 선수와 선수, 선수와 코치로 두루두루 한솥밥을 먹었다.
한 감독은 8일 고척 원정서 마정길 코치의 은퇴식을 지켜봤다. 직접 꽃다발을 건네며 인사도 나눴다. 마 코치가 넥센으로 옮기면서 두 사람의 한솥밥은 8년 전 끝났다. 그래도 한 감독은 마 코치를 "마당쇠 같은 투수였다"라고 생생히 기억했다.
그런데 마 코치는 그보다 훨씬 예전의 일까지 떠올렸다. 그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였다. 당시 한용덕 코치님이 걱정이 되셨는지 집까지 찾아오셔서 조언해주셨다. 세심한 관심이었다"라고 돌아봤다.
마 코치는 한 코치의 조언을 가슴에 품고 선수생활을 했다. 그는 "정말 감사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라고 말했다. 마 코치는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올 시즌, 그 시절 한 코치의 세심함을 가슴 한 구석에 새겼다.
그는 "선수들이 (지도자에게) 속마음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내색하지 않는 선수들도 있다. 코치는 선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스스로 어떤 면이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위기 의식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마 코치도 보통의 젊은 코치처럼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지도자를 꿈꾼다. 다만, 선수들의 성격과 스타일이 각자 다르니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는 선수의 컨트롤 혹은 코칭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선수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해당 선수에 맞는 코칭이 가능하다.
마 코치는 "선수였을 때 선수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는 코치님들이 좋았다. 코치를 해보니 그게 중요하다고 느낀다"라고 털어놨다. 투수 마정길에게 그런 지도자 중 한 명이 한용덕 코치였다.
한 코치는 세월이 흘러 지도자 커리어를 쌓아 친정 사령탑으로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한화의 최근 상승세가 100% 한 감독 덕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선수의 입장에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한 감독의 스타일이 한화의 체질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마 코치는 초보 지도자다. 팀은 다르지만, 한 감독의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수 시절 직접 경험했다. 남다른 확신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인 지도자 첫 시즌이다. 선수의 속마음을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코치 1년차의 교훈 혹은 고충은 훗날 지도자로서의 성장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마정길 불펜코치(위), 한용덕 감독과 포즈를 취한 마정길 코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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